
미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가 바이든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에프엠뉴스
미국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물밑에서 요동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흑인 유권자는 대체로 민주당 성향이고, 실제로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당선됐던 것도 흑인들의 몰표(92%)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흑인 유권자=바이든 지지' 공식이 깨지고 있어 블랙스완 트럼프의 재등장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모양새다.
미국 유권자의 약 15%를 차지하는 흑인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흑인 교회를 중심으로 정치적 태도를 형성해왔다. 교회가 흑인들의 정치 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는 의미다. 흑인 교회는 대체로 4개 유파로 나뉘어져 있다. 침례교, 감리교, 성령의 힘을 강조하는 교파(Holiness), 초종파적 개신교 등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빈번한 인구이동 등에 따라 교파들의 세력 규모가 변하고 있는데 이 중 3개 유파는 1백 년 이상 지속될 정도로 전통이 있다. 반면 초종파적 개신교는 미미한 수준을 유지하다 1980년대 말 이후 여러 번 이합집산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5% 정도 밖에 안 되는 감리교가 흑인 교단의 주류를 형성해왔다는 점과 종교를 믿지 않는 흑인 수가 20%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인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교파에 따라 분화되고 있다. 이는 흑인 사회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이러한 다양성이 투표 성향에 반영되고 있다. 스스로 ‘리버럴’이라 주장하는 흑인이 2자리 수로 줄어 43%로 내려앉은 데다, 이념을 바꾼 사람들은 자신들을 중도파로 부르고 있다.
특히 초종파적 개신교, 백인 복음주의 전통을 따르는 흑인, 가톨릭, 무종교 흑인 가운데 자신을 ‘보수’라고 부른 사람이 2자리 수나 된다. 초종파적 개신교 흑인은 1980년대의 경우 13%만이 ‘보수’라고 응답했으나, 지금은 25%까지 상승했다. 머지않아 이러한 추세는 흑인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교파별로 보면, 흑인 침례교도는 68%만(1970년대는 78%)이, 감리교도는 90%가 민주당을 지지한다.
주목되는 점은 많은 흑인들이 민주당을 이탈해 공화당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 공화당원이라고 말하는 흑인 가톨릭 신자는 9%, 초종파적 개신교도는 4%나 증가했다. 물론 상당수 흑인은 인종차별과 불평등 이미지가 새겨진 공화당을 여전히 신뢰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동성애와 같은 몇 가지 보수적 이슈에 대해 호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부유한 흑인들은 공화당의 감세정책 덕분에 수혜를 입었다고 여기고 있다.
이는 공화당 지지기반이 흑인 사회에서 넓어지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흑인 교회나 흑인 사회의 흐름을 감안할 때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이 지난 대선과 같은 흑인 몰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가 초접전 양상이고 특히 스윙스테이트 6개주가 선거를 판가름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바이든 입장에서 흑인지지률 하락은 뼈아픈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분석가들은 바이든 진영이 교파별 특성에 맞는 선거전략을 조언한다.
(1) 침례교도와 감리교도는 여전히 민주당 지지경향이 높은 만큼 1950년대와 60년대 시민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을 연상시키는 선거운동이 필요하다. (2) 초종파적 개신교도 들은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침례교도 보다 두 배나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3) 무종교층은 민주당 투표 경향이 높으므로, 기권하지 않도록 하되, 이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할 동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트럼프 입장에선 대권가도가 더 순탄해진 형국이다. 흑인 신도들의 성향이 변하면서 공략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넓혀졌기 때문이다.
가자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바이든이 전통적 지지기반인 흑인 표밭까지 흔들리고 있어 바이든의 재선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셈이다. 27일(현지 시간) 열리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TV토론이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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