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상회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백악관 정상회의에서 충돌한 것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사전에 회담 진행 방식과 의제를 치밀하게 조율하는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고성을 주고 받는 감정적 충돌이 빚어지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 받으며 이미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주 자국을 제외한 채 종전협상을 갖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대통령 선거도 치르지 않는 독재자라 지칭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가 생산하는 회토류의 50%를 미국에 제공하라는 트럼프 요구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헌 감정의 앙금이 있던 상황에서 외신에 의하면 양측은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도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례로, 미국은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하는 젤렌스키에 정장 차림을 제의했다고 한다. 백악관 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젤렌스키가 항상 입고 있는 군복 스타일 대신 격식을 차린 옷을 착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이날도 평소 입던 카키색에 비해 색상은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군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고수했다.
이를 의식한 한 미국 기자는 회담 직전 젤렌스키를 향해 왜 정장을 입지 않았냐고 다소 공격적인 어조로 묻기도 했다. 이 질문에 트럼프가 대신 나서 "나는 이 옻 차림을 좋아한다"고 답해 젤렌스키를 두둔 하기도 했다. 이때 만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두 사람의 충돌은 회담 중 말다툼에서 시작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회담이 시작된 뒤 40여분 동안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다 밴스 부통령이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젤렌스키는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며 불쾌하다는 듯 되받아쳤고, 밴스 부통령도 발끈하면서 분위기가 험해졌다고 한다.
가시 돋친 말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분은 좋은 바다(대서양)가 있어 지금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과 유럽 사이에 대서양이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온 트럼프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젤렌스키의 이 말에 트럼프도 발끈하면서 언쟁에 가담하게 됐고 결국 협상은 파국으로 끝났다. 양측은 회담 후 예정됐던 식사 일정도 취소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원조 없이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러시아와의 종전협상 과정에서도 입지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의 파국 사태는 트럼프의 종전 협상에 이의를 제기해온 젤렌스키를 상대로 한 트럼프의 노련한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종전협상에서 젤렌스키의 주장을 묵살하고 자신의 구상대로 끌고 나가기 위한 트럼프의 계산된 행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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