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냉전 이후 최대 규모 '인질 교환'...바이든과 푸틴 '윈윈'

美 러, 냉전 이후 최대 규모 '인질 교환'...바이든과 푸틴 '윈윈'

2일 러시아와 벨라수스에서 석방된 미국 인질들/미 정부 제공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일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자국이나 우호 국가 등에 수감 중인 인질 성격의 수감자들을 터키 앙카라 공항에서 맞교환했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가 물밑에서 벌인 ‘인질외교’의 결과물로, CNN 등 외신은 “역사적”이란 표현을 쓰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해리스 부통령는 밤늦게 앤드류 공항까지 마중을 나갈 정도로 석방자들을 극진하게 환대했다.


두 나라 사이에 간헐적으로 수감자를 교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만큼 규모가 큰 적은 없었다. 지난 2022년 4월 크렘린궁은 러시아 마약 밀매업자 콘스탄틴 야로셴코의 석방을 위해 미 해병 트레버 리드를 풀어주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농구 선수 브리트니 그리너와 러시아 무기 딜러 빅토르 바우트를 교환한 사례 등이 있다.


이번 교환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미국, 독일, 노르웨이, 슬로베니아에서 암살, 해킹, 스파이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감된 8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미국은 간첩 혐의 등으로 수감한 16명을 석방했다.


석방된 사람들 중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에반 게르슈코비치(Gershovich) 기자와 폴 윌런(Whelan) 전 미 해병대원도 포함됐다. 게르슈코비치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보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체포돼 CIA(미 중앙정보국)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월 16년형을 선고 받아 냉전 이후 스파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초의 미국 기자가 됐다. 러시아 정보기관에 체포될 당시부터 ‘인질외교’의 지렛대로 이용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미국,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시민권자인 윌런은 2018년 12월 모스크바 호텔에서 정보 작전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됐다. 2020년 간첩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고 모르도비아 노동수용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왔다.


또 다른 석방자로는 2023년 6월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구금된 러시아계 미국인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Kurmasheva), 러시아 야당 정치인 일리야 야신(Ilya Yashin),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러시아계 영국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Kara-Murza) 등이 있다. 무즈라는 지난 4월 반역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혐의로 25년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도 쏠쏠한 대가를 얻어냈다. 2019년 체첸 전쟁 당시 체첸을 물밑에서 도운 조지아 국적의 젤림칸 칸고쉬빌리(Zelimkhan Khangoshvili)를 암살한 혐의로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러시아 비밀경호국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Vadim Krasikov)와 노르웨이와 슬로베니아에서 신분을 감추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요원들의 석방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에 푸틴은 레드카펫이 깔리고 제복을 입은 병사들이 도열한 모스크바 브누콥크(Vnukovk)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가 꽃다발을 주는 등 이들을 극진히 환대했다. 특히 푸틴은 크라시코프 석방에 심혈을 기울였 왔으며, GRU(군사 정보국: Military Intelligence Service) 소속 스파이로서 언론인 행세를 하다 2022년 폴란드에서 체포된 파벨 룹초프(Pavel Rubtsov) 가족에게도 꽃다발을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거래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회복을 위한 돌파구나 신데이탕트의 신호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든과 푸틴 모두에게 정치적 이득을 안겨준 ‘윈-윈 거래’임은 분명하다. 


대선출마를 포기한 바이든은 ”모스크바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수감된 미국 시민들을 구출하겠다“는 그의 오랜 공약을 실천한 대통령이 됐다. 또한 미국 대선에서도 민주당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인질석방에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또한,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깡패’라는 이미지를 일부 불식시키는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한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2023년 12월 현재, 러시아에 수감된 언론인이 최소 22명에 이르고 있다며 이들의 조속한 석방 노력을 촉구했다. 또, 인권단체 메모리얼은 러시아 내에서 정치적인 동기나 종교적인 혐의로 약 800명이 수감돼 있다며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석방노력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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