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말만 요란하고 뒤로 눈감는 정치권...왜?

대형 사고 잇따르지만 뭉개기로 일관
쿠팡에 말만 요란하고 뒤로 눈감는 정치권...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 식 경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정치권 공세도 거세지만 정작 쿠팡은 이를 비웃듯 별 반응이 없다.  


부당 노동행위, PB(자체브랜드)상품 불공정 거래 등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논란 때처럼 이번에도 여론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대충 넘어가려 한다는 불신이 쌓이고 있다. 쿠팡은 국내 상거래의 제도와 규범을 어기며 사회적 물의를 반복해 일으키고도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로 급성장해 왔다. 이 특이한 이력의 성공 뒤에는 정관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대관 로비에 동원해온 비정상이고, 비윤리적인 경영방식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전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쿠팡의 실질 책임자인 쿠팡Inc 김범석 의장은 여전히 외국인이란 보호막에 숨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는 증인 출석을 추진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외국에 거주하고, 한국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지만 쿠팡이 취한 조치는 한국법인 박대준 대표가 물러나고 미국 본사의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를 임시대표로 선임해 사태수습을 맡긴 것이 전부다.


쿠팡의 무성의한 대응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다”며 "(경제적 불법 행위는) 그에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 국회의 대응이다.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쿠팡을 압박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온갖 강성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실제 쿠팡을 압박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일례로, 국회 출석에 불응하는 김 의장의 고발 문제만 해도 겉으로는 엄포성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런 저런 핑계 거리를 내세우며 소극적이다.


쿠팡의 배짱 대응과 정치권의 무기력은 쿠팡의 막강한 대관업무(기업이 정부나 국회 등 공공기관에 접촉해 정책과 규제 등을 자사에 유리하게 만드는 활동)의 영향력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쿠팡은 다른 기업에 비해 비정상적일 만큼 정치권과 정부 부처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 대관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5년간 정·관계 인사 62명(국회 출신 48명·규제기관 출신 14명)을 영입해 대부분 대관업무에 동원하고 있다. 회사 규모에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이들은 여의도와 강남 사무실에 상주하며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펴고 있다. 논란이 되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8일 행정부 내 쿠팡 전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쿠팡의 대관업무가 도마에 오르면서 실태 파악에 대한 여론도 비등하다. 이를 위해선 쿠팡이 고용한 정관계 인사들의 국회 출입기록을 파악해야 하고, 관련 자료는 쿠팡이나 국회사무처를 통해 열람이 가능하다. 다만 쿠팡의 경우 영업 기밀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제출 가능성이 낮고 법으로 강제할 수단도 없는 만큼 국회가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의원들의 요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여야 의원들은 오는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여야 의원 누구도 쿠팡은 물론 국회 사무처에 자료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김범석 의장의 국회 증인 출석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이상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국회는 지난 3일 쿠팡사태 현안질의에서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국정감사 때도 2차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같은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이런 김 의장에 대해 의원들은 말로는 고발을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회피하고 있다. 탄핵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을 직접 찾아 시위를 벌인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그만큼 증인 채택에 대한 열의도, 진정성도 없다는 것이다.


설령,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증인 출석을 강제할 경우 법리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고발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 결국 이 문제 또한 그 근저에 대관로비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징계는 형식에 그치고, 대충 넘어가는 쿠팡의 '뭉개기' 전략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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