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이언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이 조국혁신당 합당 추진 등을 두고 연일 정청래 대표를 직격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 바로 옆자리에 앉는 이 의원은 말 그대로 면전에서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의 강한 어조로 정 대표를 비난하고 있다.
이 의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합당 문제와 관련해 정 대표를 겨냥했다. 이 의원은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 차기 알박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60%의 강력한 대통령을 두고 집권여당에서 벌써부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정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조국 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의원이 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에 이처럼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구주류인 친문계에 대해 뿌리 깊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때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은 경기 광명에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광명은 손 의원이 물려준 지역구였다. 이후 연임에도 성공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이 바뀌는 동안 줄곧 원내대변인을 맡았다.
구주류 친문과의 뿌리 깊은 악연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되고, 친문계가 당권을 잡자 '친문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며 2717년 탈당했다.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민주주의가 실종된 패권 정당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한다며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2018년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이 승리하자 이 의원은 바른정당과 합당을 주도해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바른미래당에서 이 의원은 스스로 자신을 '반문(반문재인)'으로 규정하며 문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등 보수색채를 강화하면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행사에 공공연히 참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로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기득권' '찌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대립하다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도 받았다.
그러자 2020년 보수대통합을 내세운 국민의힘에 입당해 21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러다 2024년 2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권유로 민주당에 입당해 22대 총선에서 경기 용인에서 3선 의원이 됐다.
이처럼 이 의원은 친문과 뿌리 깊은 악연이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을 민주당으로 다시 영입할 당시 당에선 '친문인사 견제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며 "합당 문제 등과 관련해 정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은 이 의원의 과거 이력을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국 대표 법무장관 임명하자 "국정농단" 삭발 시위
이 의원은 과거 조국 대표의 법무장관 지명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가장 비난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 의원은 조국 당시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해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뒤로는 온갖 편법과 특혜를 누린 위선의 결정판"라 했고, 자녀 입시 의혹과 사모펀드 논란에 대해서는 "평범한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했다.
이념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 질서를 수호하는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논란 속에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이 의원은 '국정농단'으로 규정하며 다음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항의 삭발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 "문재인 정권이 오만과 독선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타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단체를 통해 조 전 장관을 업무상 배임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이 의원이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집권을 거치며 두 대통령의 인맥이 당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른바 '굴러온 돌'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두번의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민주당 구 주류와는 늘 보이지 않는 긴장 관계였고, 그 갈등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지난 22대 총선 공천이다.
당시 구주류 핵심인 전해철, 임종석 전 의원 등 친문인사들이 공천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이른바 '비명횡사(비명은 죽고 친명은 횡재)' '총선학살'의 신조어 등장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 측과 이낙연 전 총리 측으로 갈라져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당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대장동 관련 의혹은 이 전 총리 측에서 흘렸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졌다.
1인1표제 당헌개정, 혁신당과의 통합 문제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해 친명과 친청(친정청래)의 대결로 보는 것은 양측 간에 이런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의원의 강한 어조와 직설적 표현은 개인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이 의원은 2012년 정계에 입문한 이후 진보와 보수당을 오가며 6번 당적을 바꿨다. 보통의 정치인들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력으로, '정치권의 풍운아'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거침 없는 언행과 소신 행보를 취하다 보니 그만큼 굴곡도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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