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97세 '골초'아버지를 위한 어긋난 효심

"아버지 거동 어렵다" 이웃들에 흡연 양해 구했더니
[에프엠칼럼] 97세 '골초'아버지를 위한 어긋난 효심

자료사진/에프엠뉴스

본인을 포함해 흡연자들은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천덕꾸러기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후미진 골목을 찾아야 하고 손으로 코를 막고 뛰어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주머니에서 담뱃가루 나온다고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몸에서 나는 냄새가 남에게 피해를 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 

 

어제 인터넷에선 97살 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올린 글이 논란이었는데 필자 역시 흡연자로서 기사와 댓글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기사에 따르면 70대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97세 아버지가 집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며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기사에는 '제 정신이냐?','거동을 못 할 정도면 끊어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담배 좋아하면 절대 연기 새지 않게 하고 다 마셔라', '단독주택에 살아라' 등 비난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공동주택에서 실내 흡연을 하겠다며 이웃들의 양해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고민 끝에 글을 올렸을 70대 아들의 딱한 처지가 떠올랐다. 골초인 아버지가 얼마나 담배를 피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성화를 냈을 것인가.

 

흡연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담배의 중독성과 폐혜가 무섭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상 97살 아버지의 흡연 욕구는 죽어서야 끝나지 않을까 싶다. 

 

중학생 시절, 필자는 중풍에 걸려 거동 못하는 할아버지께 담배를 물려드렸다가 집에 불을 낼뻔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일찍 발견해서 솜이불만 조금 태운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담배를 들 힘도 없이 누워있는 분에게 내가 직접 불을 붙여 입에 물려드렸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던지... 누워서도 담배를 찾는 손짓과 눈빛이 너무나 애잔해서 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며 나라에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이에 따라 자신들이 애국자라거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병과 건강보험재정 투입, 비흡연자들의 피해 등 경제, 사회적 손실이 더 크다는 게 정부 통계로 나와 있다. 

 

담배를 끊고 싶어도 못 끊는 흡연자들에게 혹 도움이 될까 싶어  '칼의 노래'로 유명한 작가 김훈이 담배를 끊게 된 얘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의 산문집 '허송세월'에 나와 있는 얘기다. 

 

그는 어느 사찰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위엄 있는 노스님에게 걸려 입씨름을 하게 된다. 그는 담배를 끊으라는 스님의 말에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그러다가 스님으로부터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는데 그것은 '네가 안 피우면 끊어진다'는 말이었다. 김훈은 '내가 안 피우면 된다'는 단순한 문장의 주어 '나'가 자신을 확실히 지탱해 주었다며 노스님의 말씀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담배를 멀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안 피우면 된다'는 스님의 말을 듣고 바로 담배를 끊은 것은 아니고, 7년쯤 지난 뒤 꿈속 스님의 다비식에서 또 똑같은 말을 듣고 신비하게도 다음날부터 한번도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고 한다. 담배를 피운지 45년 만이었다고 한다. 

 

스님으로부터 첫 깨달음을 얻고도 7년이나 더 담배를 피웠다니 또 니코틴 중독의 심각성을 생각하게 되지만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내가 안 피우면 끊어진다'는 쉽고도 쉬운 진리, 결국 이를 행하는 것은 '나'라는 사실일 것이다. 

 

담배 끊을 마음이 있는 흡연자들에게 마음에 새겨둘 것을 권한다. 주문 외듯이 외워보라. "내가 안 피우면 끊어진다. 안 피우면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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