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 한반도에 드리운 불길한 그림자

우리 앞에 놓인 가능한 시나리오는?
[이일환의 안보논단] 한반도에 드리운 불길한 그림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프엠뉴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창하며 남한과의 영구적 관계단절을 추진해온 북한은 지난 9일 구체적인 실천안을 내놓았다.


“한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끊고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보도문 형식으로, ”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북한의 조치는 정권 생존을 넘어 한반도 장악 및 동북아에서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김정은의 원대한 전략의 일환이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탄두 제조 용 고농축 우라늄(HEU)을 생산하는(평양 근처 ‘강선’으로 추정) 시설과 1만여개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전격 공개했다.


앞서 김정은의 국방공업기업소 현지 시찰을 전하며 12축 24륜 신형 이동식 발사대(TEL)를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해 전술핵탄두를 장착(5kt) 할 수 있는 ‘화산-31’ 신형 미사일을 공개한 것 등을 종합하면, 김정은은 한반도 전쟁의 길, 어쩌면 핵전쟁일 수도 있는 길로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핵화는 확실히 물 건너갔고, 남북통일 문제는 책상 밑으로 들어감으로써 화해의 첫걸음인 대화의 장마저 영구히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도박과 같은 무모한 행위들이 결코 엄포가 아니고 현실 문제임은 미국 정보기관도 예측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팀슨 센터 로버트 A. 매닝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는 1950년 한국전쟁 이래 가장 위험하고 취약하다.“고 했다.


미국 조야에서 보는 시각은, 한반도 문제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이라는 강대국 간의 제로섬 경쟁 속에 들어가 있다. 김정은은 이를 십분 활용해 푸틴의 지원 아래 핵능력을 키우고 있고, 비록 중국이 북한을 길들이는 시점이긴 하지만, 중국 역시 북한의 영원한 지원자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힘 있는 국가는 언제든 나약한 국가를 마음대로 때릴 수 있음을 보여준 이스라엘의 행동이나 푸틴의 책략은 김정은에게 위험한 도박의 길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앞에는 어떤 가능한 시나리오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23년 보고서에서 ”북한은 강압적 외교의 일환으로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위험성이 있으며, 핵무기의 질과 양이 고도화되면서 그 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천명한 것은 김정은이 오판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 다른 충돌지점은 NLL이다. NLL은 우리 군이 면밀히 대비하고 있지만 불변의 화약고이다. 북한이 언제든 현상 변경을 시도할 수 있다. 수시로 ”NLL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0.001m라도 침범하면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김정은의 언명을 단순한 겁주기 수사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엄중하다.


제3의 시나리오는 타이완과 동시에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두 개의 전선이 동시에 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는 틈을 타서 김정은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하여 미국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김정은의 한반도 긴장과 전쟁 위험 고조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또 북한이 만일 핵사용 움직임을 가시화할 때 중국이 과연 안보리에서 미국의 입장에 설 것이냐 하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긴급현안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물론, 미국.중국.북한이라는 세 개의 핵무기 보유국이나 보유 추정국이 당장 분쟁으로 치달을 확률은 적다. 만약 그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아마겟돈의 혼돈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반도 안보상황은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중대한 분기점을 맞은 가능성이 크다. 안보당국의 철저한 대비와 정확한 정세분석이 필요하고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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