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살육의 트라우마를 노벨상으로 승화시킨 ‘한강’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게 된 계기"
[에프엠칼럼] 살육의 트라우마를 노벨상으로 승화시킨 ‘한강’

자료사진/에프엠뉴스

한강은 스스로 1980년 5월 광주가 자신의 문학적 출발점이라고 한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했다.


소설가인 아버지 한승원이 서울로 이사 온 뒤 어느 날 '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열세 살 때 본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맨부커상 수상작이자 한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 소설이다. 어릴 때 자신을 문 개를 아버지가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긴 여자 주인공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되는 내용이다. 


폭력성을 다룬 내용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이 대비를 이루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을 다룬 작품이다. 한강은 이 소설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죽임을 당한 소년으로 자신이 빙의하는 방식을 채용해, 소년의 눈으로 비극적인 현장을 묘사했다.


광주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작품이 관찰자적 관점인데 반해 한강은 희생자의 관점에서 비극의 현장을 이야기한다.

 

한강은 이 작품에 대해 “저의 시간과 감각과 몸을 죽은 소년에게 빌려드려 제가 썼다기보다는 소년이 쓴 거나 마찬가지여서 먹먹하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한강의 소설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 세계는 물론 평소 언행을 그대로 실천하며 산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기자회견도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 작품에서 폭력성에 대한 저항을 형상화해 온 작가는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아픈 현실에 공감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사진으로 본 5월 광주의 꿈찍한 참상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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