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에 배웠다'…음주운전 사고 후 '술 마시기'

혈중알콜농도 추산 못하게 '술타기' 수법 만연
'김호중에 배웠다'…음주운전 사고 후 '술 마시기'

'음주 사고를 내면 무조건 편의점 가서 술부터 사 마셔라.' 우려했던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의 학습효과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는 수법으로 경찰의 음주 측정 전에 술을 더 마시는 것이다. 추가 음주로 인해 음주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콜농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 혐의를 특정할 수 없어 기소할 수 없다는 법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른바 술타기로 불리는 이 수법은 지난 5월 김호중 씨의 뺑소니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대중에 널리 알져졌다.


사고 당시 김씨는 5월9일 밤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그대로 도주했다. 이후 매니저를 음주 운전자로 대신 자수시키고, 자신은 경기 구리시의 모텔로 달아나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사 마셨다. 추가 음주를 통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다. 즉 경찰에 적발돼 음주가 확인되더라도 편의점에서 마신 술 탓으로 돌리며 당시는 음주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 음주 측정을 해 혈중알콜수치가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 후 마신 음주로 인해 정확한 혈중알콜농도를 추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만 적용됐고,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됐다. 


사고 전 김씨의 음주 사실은 동석한 동료 연예인 등에 대한 조사로 확인됐고, 본인도 음주 사실을 인정했지만 음주운전 처벌을 면하게 되면서 김씨의 범행은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는 하나의 노하우가 됐다.


김씨 사건 이후 음주운전 사건 곳곳에서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4시쯤 성남시 수정구 성남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22) 씨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던 B(37) 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고가 있었다. A씨는 집에서 체포되자 빈 술병을 보여 주며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고 전 A씨의 동선을 파악해 3곳의 술집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했고, A씨도 자백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 60대 남성 B씨가 새벽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났다.


B씨는 같은 날 오후 3시쯤 경찰에 체포돼 음주측정을 했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3%로 면허취소 수준에 가까웠다. B씨는 음주운전을 부인하면서 사고 후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 마셨다며 영수증을 제시했다. 전형적인 술타기 수법이 의심된다. 경찰은 사고 전날 B씨가 술집에 갔던 사실을 확인하고 숙취로 인한 음주사고로 보고 조사했지만 김호중씨 사례처럼 사고 이후 B씨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악질적인 술타기 수법을 막기 위해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에는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 된 상태다.


대검찰청도 지난 5월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추가 음주 행위에 대해 음주측정거부와 동일한 5~1년 징역이나 500~2000만원 벌금형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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