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맡은 냄새가 뇌와 정체성까지 바꾼다

어릴 적 맡은 냄새가 뇌와 정체성까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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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반복적으로 맡았던 기분 좋은 냄새가 성인이 된 뒤에도 평생 기억과 감정을 좌우하며, 이를 저장하는 핵심 뇌세포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프랑스 부르고뉴대학 연구진이 ‘신생아기 뉴런이 어린 시절 후각 기억을 저장하는 메카니즘(Neonatal-born granule cells encode childhood olfactory memories·신생아기 생성 과립세포가 어린 시절 후각 기억을 저장한다)’이란 제목으로 지난 14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PLoS)에 발표했다.


어릴 적 향기, 평생 기억을 만든다


연구진은 647명의 성인 참가자를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가장 오래된 후각 기억의 특징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어린 시절 후각 기억은 시각·청각 기억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고, 대부분 행복·안정감·즐거움 같은 긍정적 감정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3.1%가 동일한 냄새를 최소 5회 이상 반복 경험한 뒤 기억이 형성됐다고 답해, 후각 기억은 ‘한 번의 강렬한 사건’보다 ‘반복되는 따뜻한 경험’과 더 밀접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생후 23~33일 된 어린 생쥐를 대상으로 후각 기억 모델을 구축했다. 생쥐에게 리모넨·시트로넬롤·캠퍼 등 선호하는 향기를 놀이 환경과 함께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한 뒤 성체가 되었을 때 반응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성체 생쥐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향기에 뚜렷한 선호 반응을 보였으며, 이 기억은 후각 정보를 처음 처리하는 후각망울(olfactory bulb) 안의 신생아 시기 생성되는 과립세포(granule cell)에 저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광유전학(optogenetics) 기법으로 이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자 어린 시절 향기에 대한 선호와 기억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또한 연구팀은 27개 뇌 영역에서 cFos(신경세포가 최근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즉시 초기 유전자 발현)를 분석해 기억 형성 과정의 뇌 네트워크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의 향기를 맡았을 때 후각 변연계뿐 아니라 보상회로와 기억회로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이 대조군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냄새가 다른 감각보다 더 생생하고 감정적으로 강한 자전적 기억을 유발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프루스트 효과'를 신경과학으로 입증


이번 연구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스완의 길』에서 묘사한 ‘마들렌의 향기’ 현상, 즉 특정 냄새가 오래전 기억과 감정을 순식간에 되살리는 이른바 ‘프루스트 효과’를 동물실험을 통해 신경학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평가되는 『스완의 길』에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 냄새를 맡고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한순간에 떠올리는 '무의식적 기억'이 묘사돼 있다. 향기나 맛으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 '프루스트 효과'도 여기서 유래했다.


연구 결과는 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아이에게 특별한 장난감이나 조기교육보다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후각 환경이 평생 남는 정서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체취, 집에서 나는 음식 냄새, 잠들기 전 이불과 책의 향기, 자연 속 흙과 꽃 냄새 같은 일상의 향기가 아이의 뇌에 깊이 각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기억이 노년기까지 지속되기 위해서는 해당 향기를 주기적으로 다시 경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체취와 집 냄새가 평생의 정서 자산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후각 연구를 넘어 치매 예방, 기억 재활, 우울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평가한다. 긍정적인 후각 기억이 노년기에도 감정을 자극하고 기억 회복의 단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아이에게 남겨줄 가장 오래가는 선물은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사랑이 담긴 일상의 경험과 그 속에 스며든 익숙한 향기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와 함께 만든 따뜻한 식사 냄새와 포근한 집의 향기가 수십 년 뒤에도 삶을 지탱하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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