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남양주 예봉산~운길산 연계 산행… 두물머리 조망이 멋지다](/upload/articles/168/title-image-667a445cd3ebf.jpg)
예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두물머리/에프엠뉴스
☞ 주관적 평점(★ 5개 만점). 등산 요소 ★★★ 관광 요소 ★★★
들머리 날머리
경기 남양주 예봉산(683m)과 운길산(610m) 연계 산행이다. 한곳만 다녀오려다가 심심할 것 같아 예봉산~운길산 능선을 코스로 잡았다. 예봉산이든 운길산이든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가면 바로 정상으로 이어진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가 내려다보여 수도권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두 산 모두 약간의 경사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육산이라 초보자도 큰 무리 없이 올라간다.
들머리는 예봉산이 경의중앙선 팔당역이고, 운길산은 다음 역인 운길산역이다. 전철을 이용하려다가 생각이 바뀌어 승용차를 몰고 갔다. 산행 후 전철 좌석이 없으면 우리의 출발지인 마포역까지 힘들게 선 채로 멀리 가야 하고,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하면 다른 승객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서였다. 결국 팔당역에 주차하고 예봉산~운길산을 거쳐 운길산역으로 내려간 뒤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팔당역으로 돌아가 승용차로 귀가했다. 동행자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추켜세운다.
당일 출발이 늦어지면 팔당역 주차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서울 마포에서 6시 20분에 출발했다. 다행히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다. 물론 운길산역에 주차하고 팔당역까지 전철로 이동한 후 예봉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예봉산을 우선한 것은 하산 길에 운길산 아래 수종사와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두물머리를 여유 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다. 먼저 수종사를 거치면 마음이 급해 오래 머물 수 없다.
난이도는 어떨까. 어느 산으로 먼저 올라가야 덜 힘드냐는 것인데 이번에 다녀와보니 별 차이가 없다. 물론 운길산 수종사로 올라가는 콘크리트길은 피하고 이 글 아래에서 소개하는 계곡길로 오를 경우 비슷하다는 것인데. 그러면 수종사를 들르지 못하게 되므로 결론은 예봉산 우선 출발이다. 현지 안내도로 거리를 계산해 보니 12.5㎞다. 보통 GPS 상으로는 13.5㎞ 정도 찍힌다. 지도상으로는 팔당역 →(2.9㎞)← 예봉산 →(1.7㎞)← 적갑산 →(4.3㎞)← 운길산 →(0.8㎞)← 수종사 →(2.8㎞)← 운길산역이다.

예봉산 운길산 연계산행 지도/에프엠뉴스
팔당역~예봉산~적갑산~고개사거리
팔당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진행하면 에봉산 방향이다. 아스팔트 평지 길을 10분 정도 걸어가니 예봉산 표지석이 반긴다. 그곳에서 예봉산 정상까지는 2㎞다. 자갈길과 너덜 길을 거쳐 흙길로 이어진다. 20분을 오르니 데크벤치가 있는 지능선 쉼터이고 다시 30분을 오르니 첫 조망 바위다. 나무에 가려 서울시내 전체는 보이지 않으나 한강, 팔당대교, 하남시, 서울 강동구가 눈에 들어온다. 롯데타워도 보인다.
곧이어 전망데크다. 한강과 그 건너 검단산이 뚜렷하게 보이고, 한강 남쪽의 서울시와 하남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오른다.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정상 아래에 우뚝하다. 이곳 관측소는 남양주의 랜드마크다. 흰색이어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강우레이더 관측소는 전국에 7곳이다. 예봉산 말고도 인천 강화 임진강, 충남 금산 서대산, 충북 단양 소백산, 전남 화순 모후산, 대구 달성 비슬산이다.
동행자의 산행 속도에 맞춰 예봉산 정상에 오르니 팔당역에서 1시간 50분 걸렸다. 정상 시야는 사방팔방으로 열려있다. 산 아래를 흐르는 한강은 물론 맞은편 검단산과 서울시, 남양주시, 하남시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두물머리와 양평 일원의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정상에서 팔당역은 2.9㎞, 잠시 후 지나게 될 적갑산은 1.7㎞다. 적갑산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곧바로 능선 길이다. 흙길에 숲길이어서 순하다. 약간의 오르내리막 경사가 있기는 해도 걸음걸이가 편하고 가볍다. 다만 조망은 거의 없다. 친절하게도 목제 식탁과 의자가 곳곳에 놓여있다.
정상에서 10분(0.5㎞) 정도 걸어가니 철문봉(630m)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3형제가 본가인 여유당(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마재)에서 집 뒤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고 해 철문봉(喆文奉)”이란다. 곧이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滑空場)이다. 예봉산 정상만큼이나 조망이 열려 있다. 서울시내가 보이는 것은 당연하고 멀리 북한산~도봉산 연봉이 길게 줄지어 있다. 왼쪽으로는 관악산도 보인다.
활공장은 많은 백패커들이 텐트를 치고 한강과 서울시내 야경을 감상하며 하룻밤을 보내는 곳으로 나름 유명하다. 산행에서 만난 백패커에게 물어보니 간밤에 7~8개 팀이 있었단다. 백팩을 하려고 무겁고 커다란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지고 산에 오르는 여성들을 보면 경외스럽다. 활공장 가까이 임도가 있어 산악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는 자전거족들도 있다.
활공장에서 20분 정도 지나니 적갑산(560m)이다. 이름만 산(山)일 뿐 봉우리가 작고 조망도 빈약하다. 지나온 예봉산에서는 1.7㎞, 가야 할 새재 고개까지는 1.9㎞다. 적갑산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삼거리다. 직진하면 새재 고개이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운길산 방향 (새재) 고개 사거리다. 나무계단, 야자 매트, 흙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니 고개 사거리다. 예봉산에서 3.5㎞ 지나왔고, 운길산까지는 2.8㎞ 가야 한다. 이곳부터 운길산 정상 아래 100m 지점까지는 완경사 숲길이다.
고개 사거리~운길산~수종사
고개 사거리에서 운길산을 향해 가다 보면 양쪽으로 갈라졌다가 5분 후 다시 합류하는 안내판이 두 곳 나온다. 우측은 경사진 능선 길이고 좌측은 순한 흙길의 8분 능선 길이다. 능선을 타려면 살짝 올라가야 하는데 노력에 비해 조망이 없고 길도 평이하다. 결론은 8분 능선이다.
여기서 잠깐. 보통 ‘7부 능선’ ‘8부 능선’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정확한 표기는 ‘7분 능선’ ‘8분 능선’이다. 8분(八分)은 10분의 8이라는 뜻이다. 그럼 점에서 ‘칠부바지’나 ‘칠보바지’라고 부르는 정강이 아래 길이 바지도 ‘칠분 바지’로 써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정착된 단어이므로 그대로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언어도 끊임없이 변화하니까.
‘운길산 정상 130m’ 표지가 있는 곳부터는 급경사 바위 구간이다. 예봉산 능선이 바라보이는 조망 바위를 지나니 마침내 운길산(610m) 정상이다.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고 해 운길산(雲吉山)이란다. 정상은 나무 그늘이 없어 아쉽긴 해도 바닥이 넓고 편평한 나무데크여서 쉬어가기에 좋다. 지나온 예봉산 방향 능선이 뱀 꼬리처럼 길게 이어지고,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넓게 펼쳐있다. 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과 불암산 연봉도 길게 이어져 있다. 아들보다 한참 어린 ‘군인 아저씨’들이 단체로 올라와 노닥거리니 정상에 생기가 넘친다. 정상에서 수종사는 0.8㎞이고 운길산역은 3㎞ 거리다.

운길산 정상 오르기 전 뒤 돌아본 예봉산~운길산 능선/에프엠뉴스
수종사까지 하산길이 거리는 짧아도 급경사인데다 어수선하다. 조망이 없어 심심하고 매력도 없다. 하산길 상태가 이 정도이니 오르는 사람들은 그저 땅만 바라보고 삐질삐질 땀만 흘려야 한다. 정상에서 270m 아래에 수종사와 계곡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데 수종사 방향만 안내하고 계곡길 안내 표시가 없어 계곡길로 가고 싶어도 부근 지형을 몰라 갈 수 없다. 등산객을 무시한 처사다.
조금 더 내려가니 ‘알아두면 재미있는 토막 산림 상식’ 제목의 철판이 세워져 있다. 찬찬히 읽어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많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나무와 풀의 구분 : 겨울에 땅 위에 남아있으면 나무, 없으면 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와 가장 오래된 나무 : 미국 캘리포니아의 Giant Sequis. 수령은 4000살이고 높이는 100m이며 직경은 9m(※그런데 내가 볼 때 표기가 잘못되었다. ‘Giant Sequis’가 아니고 ‘Giant Sequoia’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 :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수령 1100년, 높이 62m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든 나무 :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20억 원 소요 ▲벼슬이 가장 높은 나무 : 속리산 정이품송 식이다.
운길산 정상에서 수종사까지는 0.8㎞에 내리막이다. 급경사 때문에 동행자의 속도가 더디다. 사실 수종사에서 하산길은 산행 맛도 없다. 그런데도 운길산을 찾는 이유는 수종사 감상과 정상 조망 때문이다.
수종사~운길산역
수종사의 최고 조망 포인트는 두물머리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줄기 강물이 각기 수많은 모퉁이를 돌고, 바위 암벽을 지나서 수백 리를 흘러오다가 마침내 조우하는 곳이 두물머리다.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두 개 강물이 서로 만나서 섞이는 풍광을 보여주는 곳은 이곳 밖에 없다.
이곳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게 또 있다. 조선 세조(재위 1455~1468)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500년의 두 그루 은행나무다. 높이는 각각 35m, 25m이고, 흉고직경 즉 가슴 높이에서 잰 직경은 각각 2m, 1.2m다. 은행나무 뒤로는 10분 정도 걸리는 절상봉(515봉)을 거쳐 운길산으로 올라가는 코스도 있다.

수종사 은행나무/에프엠뉴스
수종사에서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다. 그중 하나가 태종 이방원과 의빈 권 씨의 딸인 정혜 옹주의 극락왕생을 위해 1439년(세종 21년) 부처님 사리 14과를 수정 사리병에 넣고, 탑 속에 봉안한 수종사 세존사리탑이다. ‘정혜 옹주 사리탑’ 또는 ‘수종사 부도’로 지칭하는데 전문가들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수종사 세존사리탑’이라 해야 한다고 한다. 아쉽게도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볼 수 없다. 다른 보물은 1493년 건축된 팔각오층석탑이다.
조선 후기 문인 가운데 수종사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이는 조안면 능내리에 정약용의 묘와 생가 여유당이 있다.
다산은 50대 후반 유배가 풀려 고향으로 돌아오자 수종사를 자주 찾았다. “아스라이 보이는 저 수종사에는 / 뜬 아지랑이에 기와 고랑이 분간되네 / 호남에는 사백 군데의 사찰이 있지만 / 끝내 이 높은 누각보다는 못하리”라는 시에는 수종사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담겨있다.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수종사와 전라도 사찰을 비교했는데, 호남의 400 곳 사찰이 수종사의 높은 누각만 못하다고 평한 것이다.
수종사에서 운길산역까지는 2.8㎞ 거리다. 수종사 해탈문을 나오면 정갈하게 정리된 돌길이 100여 미터 이어지고 조금 더 내려가면 불이문이다. 승용차를 타고 콘크리트길을 따라 수종사까지 올라온 차량들의 주차장이 불이문 밖에 있다. 문제는 수종사에서 운길산역까지 도보 하산길이다. 길은 두 곳이다. 울퉁불퉁 콘크리트길과 계곡길이다.

수종사 전경/에프엠뉴스
콘크리트길은 승용차로 올라오는 관광객을 위해 만든 길이기에 등산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계곡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길 안내표지가 없다. 계곡길에서 올라올 때는 수종사 방향 안내표시가 있는데 콘크리트길에는 안내표시가 없다. 결국 주야장천 콘크리트길을 터덜터덜 내려가야 한다.
멋도 없는 급경사에 울퉁불퉁 구불구불 콘크리트길을 따라 내려가니 산행 피곤까지 겹쳐 더욱 힘들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야 해서 속도가 더디다. 계곡길에서 수종사로 연결되는 것은 안내가 친절한데 수종사에서 계곡길로 빠져나가는 안내는 이처럼 인색하고 부실하다. 투덜대며 한참을 걸어내려가야 계곡길로 연결되지만 여전히 안내표시가 없어 눈치껏 찾아내려 가야 한다.
어느 지점엔가 반듯한 길이 나오는데 사실상 거의 다 내려온 곳에 있다. 그 길 끝 지점에 팔각정이 나오고 그곳에서 120m를 내려가니 비로소 평지다. 길을 따라 15분을 걸어가니 마침내 운길산역이다. 수종사 해탈문에서 운길산역까지 1시간 10분이나 걸렸다. 무릎에 탈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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