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ue] 대통령실의 채상병특검 거부권 논리, 사실관계 따져보니?

검증대상 : 검증대상: 채상병특검에 거부권 행사가 타당했다는 대통령실의 논리

"이 기사는 에프엠뉴스가 진위를 검증한 내용입니다."

주장의 정확도
sentiment_very_satisfied 진실
sentiment_satisfied 일부 사실 아님
sentiment_very_dissatisfied 거짓
sentiment_neutral 판단 유보
sentiment_dissatisfied 검증 불가
[the true] 대통령실의 채상병특검 거부권 논리, 사실관계 따져보니?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21일 대통령실에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에프엠뉴스DB

윤석열대통령이 지난 21일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밝힌 거부 논리는 우리 사회에 치열한 논쟁을 촉발했다. 에프엠뉴스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진위를 검증해 봤다.

 

정 실장은 거부권 행사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여야 합의 없어 헌법정신과 안맞아


첫째, 채상병특검법이 특검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핵심 이유로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검법은 3권분립이 헌법에 보장된 국가에서 입법부가 행정부 고유권한인 수사와 기소권을 예외적으로 특별검사에게 주는 제도다. 따라서 헌법정신에 부합하려면 행정부의 수반, 즉 대통령이 속한 여당과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면서 지난 25년간 국회가 13번의 특검법을 처리했는데 예외 없이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가 관련된 BBK특검법 표결에서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주도로 통과된 특검법을 당연히 재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여야 합의가 없었던 것은 맞지만 야당 대선후보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특검에 동의한 점이다. 당선이 유력한 야당 대선후보면서 특검의 당사자가 동의한 만큼 사실상 여야 합의 못지않은 무게와 효과가 있다.

 

한 가지 더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 통상 특검법은 수사, 기소권을 독점한 행정부의 독주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따라서 주로 야당이 활용하는 제도다. 그런데 BBK특검은 여당 주도로 처리됐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검찰수사는 야당 유력 후보에 대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당이 수사의 형식적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검찰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런 내막을 감안하면 모든 특검법은 여야합의로 도입됐다는 대통령실 주장은 대체로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수처 수사 중 특검은 법 취지 어긋나


둘째, 수사가 진행 중인데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특검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상병 순직 사건은 현재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국정농단 특검 때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특검이 실시됐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며 검찰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사건 일체를 특검에 넘겼다. 그동안 있었던 15번의 특검 중 국정농단, 드루킹 등 10번이 검찰 수사 중 특검에 착수했다.

 

다만, 행정부에 속한 검찰의 태생적인 편파성을 보완하기 위해 공수처가 출범한 지금은 이전과 다른 상황이다.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특검이 수사를 넘겨받는다면 최초의 사례가 된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집권당 시절 도입한 제도다.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데 민주당이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다수 힘으로 특검을 강행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부수적으로 향후 공수처의 위상과 신뢰 문제와도 연결된다.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 침해로 공정성과 중립성 훼손


셋째, 정 대통령실장은 특검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서 대통령의 권한인 특검 임명권의 침해를 그 이유로 들었다. 채상병특검법은 특검의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속한 여당을 배제하고 야당만으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야당 고발로 이뤄지는 수사인데 특검 추천 과정에 여당이 배제됨으로써 공정하고 중립적인 특검 임명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검 임명에 여당이 배제된 사례는 국정농단특검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특검이 있다. 

 

특검선정에 여당이 배제됐지만 채상병특검, 국정농단특검, 드루킹특검 모두 대한변협에서 후보 4명을 먼저 추천하고 야당이 이 중 2명을 선택,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야당만의 선정으로 제기될 수 있는 공정, 객관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 3자인 대한변협에게 최초의 4배수 후보를 선정토록 한 것이다. 채상병 사건에 대통령 관련 의혹이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절차는 나름 합리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여당이 배제된 특검 추천 방식에 대해서는 국정농단특검 당시 핵심 당사자였던 최순실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해 이미 사법판단을 받은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재량이라며 합헌을 결정했다.

 

다만, 이들 세 개 특검법은 특검의 임명 절차에서 여당이 배제된 점은 같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채상병특검과 달리 국정농단과 트루킹 특검법은 모두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똑 같이 야당이 특검을 선정하더라도 여당의 동의하에 이뤄진 것과 아닌 것 사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더라도 확실한 것은 이번 채상병특검법이 역대 특검법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회 과반이 찬성하면 헌법을 제외한 어떤 법도 만들 수 있고, 국회가 만든 어떤 법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둘 다 법이 보장한 중요한 권한이다. 각자의 권한을 갖고 대립하다 보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자가 최후 승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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