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결정적 자충수 된 조지호의 '증인 출석'

기대한 것에 반대로 가버린 진술
尹의 결정적 자충수 된 조지호의 '증인 출석'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신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재판에 두 번 불응한 끝에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가장 분명하게 인정한 증인이 됐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 재판의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청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증인 출석 요구에 두 차례 불응하다 헌재가 구인 영장 발부 방침을 밝히자 출석에 응했다. 조 전 청장은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다.


조 전 청장은 증인신문에서 진행 중인 자신의 내란 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국회 측이 ‘수사기관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았고, 조사를 받을 때 사실대로 진술·열람한 뒤 서명했느냐’는 질문에 분명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앞서 열린 헌재 9차 변론에서 국회측이 공개한 검찰 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에게 6차례 전화를 받았고 직접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 16명의 체포 명단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로 들었지만 협조를 해주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와 관련해 조 청장의 조서에는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습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습니다"라고 기록돼 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증인신문을 통해 확인도 거치지 않은 내용을 국회측에서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에 강하게 항의하며 퇴정하기도 했다.


조 청장은 당초 국회 측에서 신청한 증인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에서 '구인까지 원한다'며 출석을 강하게 요청하면서 이날 증언이 성사됐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조서와 다른 증언을 기대하면서 조서의 신빙성이 약화되길 기대한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이동찬 변호사는 증인신문에서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정신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의, "섬망증세가 혹시 있다던가, 치료 중에 그런가 없으셨나?"라고 묻기도 했다. 조서의 내용이 조 전 청장의 기억과 다를 수 있다는 여지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조사 받을 때 병원에서 누워서 받기도 했다'고는 했지만 당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느낄 만한 답변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측에서 당초 기대했던 답변은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


헌재는 이미 수사기관의 조서도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만약 조 전 청장의 증인신문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검찰에서 작성한 조 전 청장의 조서는 증거로 채택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측에서는 조 전 청장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며 검찰 조서의 신빙성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진술을 기대했었다.


이전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대부분의 증인들은 재판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자신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윤 대통령측에 유리하게 진술을 했다. 이를테면 조서에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체포를 직접 지시 받았다'고 기록돼 있지만 증인신문에서는 '지시가 없었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답하는 식이다.


반면 조 전 청장의 경우 이날 진술조서에 기록된 내용에 대해 공개된 재판정에서 아무런 이견 없이 사실로 인정했다. 이는 헌재가 조 전 청장의 조서 기록을 강력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 근거와 명분이 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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