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컬럼]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 '가해 운전자'를 위한 변명

"급발진 사고는 우리 사회가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공공 살인'일 수 있다"
[에프엠컬럼]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 '가해 운전자'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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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차량돌진 사고의 원인규명 조사가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 차 모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은 페달 조작 실수 등 차씨의 과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다.

 

사고 직후 아내가 함께 타고 있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분노한 민심은 부부싸움을 하다 홧김에 사고를 냈을 거란 추측이 인터넷상에 퍼졌다. 하지만 블랙박스 기록에 싸운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차씨 나이가 68세란 점에 주목해 고령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차씨는 버스 운전기사였고 40년 가까이 운전을 직업으로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버스 기사는 매년 적성검사를 받기 때문에 인지능력 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해 운전자 차씨도 억울한 피해자일 수 있다


한 언론에 차씨가 사고 직후 직장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급발진 사고’라 말한 사실이 보도됐다. 그러자 사고로 인한 통증 때문에 음주측정과 경찰 수사도 마다한 차씨가 어떻게 전화할 정신은 있었냐며 급발진 사고로 몰아가기 위해 차씨가 잔꾀를 부린다는 추측도 나왔다. 차씨는 실제 상당히 심한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차씨가 주장하는 급발진은 잘 믿으려 하지 않고 사고원인을 차씨의 과실로 보는 데는 경찰도 일조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EDR(사고기록장치)을 보내기 전에 자체 분석을 해봤는데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 브레이크 패달을 밟으면 반드시 켜지는 보조 브레이크 등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이 사고원인을 차씨의 페달 오조작 때문이라고 규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 관련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에프엠뉴스


그러나 그날의 사고가 만에 하나 급발진에 의한 것이라면 차씨는 정말 억울한 피해자다. 그가 40년간 직업으로 운전을 해온 운전 전문가로서 이런 사고를 낼 리가 없다는 생각은 접어 두자. 확률의 문제일 뿐이지 아무리 전문가라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를 계기로 곰곰이 꼭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뉴스에는 심심찮게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들이 발생한다.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들을 보면 비정상적인 굉음과 속도로 무섭게 질주하는 차량들을 목격하게 된다. 도무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운전자들은 어김없이 급발진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급발진, 사고는 많은데 인정된 사례는 없다 


재밌는 사실은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급발진 의심사고가 있었지만 법정에서 민형사소송을 막론하고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민사소송에서 딱 한 건 있다. 지난 2020년 법원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다고 하더라도 보도블록 등을 들이받으며 13초 동안 계속 밟고 있었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면서 운전자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급발진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는 없이 판사의 추론에 근거한 판단일 뿐이다. 한마디로 개인이 급발진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얼마 전 급발진 피해를 주장하는 한 소비자가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장면이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재현 실험에서 액셀러레이터를 최대한 밟아도 사고 당시와 같은 속도가 나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고 한다. 법정에서 얼마나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급발진을 피해자가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정말 있는지 여부조차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동차 회사는 명확한 언급은 회피하면서 급발진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잘못 조작했다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발진 현상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급발진 사고 시 어떻게 대응하라는 나름의 매뉴얼도 제시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동안 급발진 피해자들은 모두 억울하게 그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 썼다는 이야기가 된다.

 

페달 블랙박스/한문철 TV


참 웃기면서도 희한한 일은, EDR은 말 그대로 ‘사고기록장치’인데 지금까지 EDR이 급발진을 잡아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급가속이 아예 없거나 EDR에 조작이 개입됐거나, 그것도 아니면 분석하는 국과수에 문제 있거나 셋 중 하나이다.

 

시청역 급발진사고 차량도 국과수가 EDR을 분석하고 있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분석 결과가 급발진으로 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급발진으로 분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정당의 민낯이 드러날 수도 있다


끊이지 않는 급발진 사고 논란 때문에 정부가 지난해 10월 자동차 제조업체에 패달 블랙박스 설치를 권고한 적이 있다. 업체들은 당연히 난색을 표했다. 이유는, ‘자동차 가격이 오른다. 차량에 기본 탑재할 수 있기까지 품질 검증에 시간과 개발 비용이 많이 든다.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수입차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데 통상마찰의 소지가 있다’ 등등이다. 정부가 걱정해야 할 통상마찰 문제까지 업체가 친절하게 걱정한다.

 

그러나 업계의 이런 주장은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만이다. 만약 페달 블랙박스가 설치돼 급발진 사고가 확인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어떻게 될까? 아마 업계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온갖 책임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막대한 돈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시청역 사고가 페달 블랙박스에 찍혀 급발진 사고로 확인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구나 자동차 제조사에서 장착한 블랙박스라면 더더욱 변명의 여지도 없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한 것들 상당 부분이 실제 급발진 사고였을 수 도 있었지만 누구도 자동차 회사를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급발진 이란 걸 소비자가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치권도 이 법이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급발진 사고는 어쩌면 사회가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공공 살인일지도 모른다.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시행 3년 후부터 신차나 수입차량에 패달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고,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입만 열면 국민을 이야기하고, 국민의 안전과 권익을 강조하는 국회의원들과 정당의 민낯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로비, 국회의원들의 저울 위에서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게 될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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