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김건희 여사의 올해 '운세'와 주역의 '조언'](/upload/articles/393/title-image-66948fedd2105.jpg)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프엠뉴스
대통령 부인을 영부인으로 부른다. 대통령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은 영부인이라는 용어가 갖는 무게감이 특별하다.
세상사를 경험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영부인의 역할, 안주인에게 주어지는 권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아내가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자신이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을 “베갯머리 송사”라고 부른다. 영부인의 공인되지 않은 권력의 속성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정권교체가 5년마다 가능해지면서 야당은 정권쟁취를 위해 대통령 가족까지 정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당에 상처를 주고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사소한 비리 하나도 끄집어내어 침소봉대 해가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전 영부인들과 결이 다른 '커리어우먼' 김건희 여사
권위주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대통령 가족에게 주어졌던 명예와 존중은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지난 수십년간 대통령의 형이나 자식들이 권력형 비리의 배후로 형사적 책임을 진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영부인들은 벗어나 있었다. 간혹 사소한 말실수나 행동이 가십의 소재가 되었을 뿐이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가 경험했던 영부인들과는 결이 다르다. 정치인 아내로서 내조에 충실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주부로 살지 않았다. 여성 사업가로 사각의 링에서 이기기 위해 싸워야 하는 소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 때문일까?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유명 정치평론가와 장시간 통화를 하고, 주요 직책에 영부인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정국의 중심에 있는 듯한 모습이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지금처럼 상대를 가리지 않고 살수를 날리는 살벌한 정치문화 속에서 상처를 입지 않을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건희 여사/에프엠뉴스
이런 생각으로 김건희 여사의 올해 운세를 주역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김 여사에게 주어진 괘는 지화명이(地火明夷)이다. 동효(動爻)가 없으니, 괘명(卦名)과 괘상(卦象)과 괘사(卦辭)로만 추세를 판단해야 한다.
지화명이(地火明夷)이다
명이(明夷)는 “밝음이 상처를 입었다”라는 의미이다. 왜 밝음이 상처를 입었다고 한 것일까? 괘상(卦象)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지화명이(地火明夷) 괘는 위에는 곤(坤, 땅), 밑에는 리(離, 태양)로 이루어져 있다. 즉 태양이 지평선을 넘어 땅 밑으로 사라진 형국이다. 대상전(大象傳)에서는 이를 명입지중(明入地中), 즉 밝음이 땅 밑으로 들어갔다고 했고, 괘명(卦名)을 통해 “밝음이 상처를 입었다(明夷)”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괘를 얻은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신중하게 인식하고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자신을 비추던 태양이 사라져 어두워졌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불빛조차 찾을 수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는 시기이다. 괘사(卦辭)에서 “이간정(利艱貞),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르게 해야만 이롭다”라고 경계하는 이유이다.
단사(彖辭)에서는 밝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재앙을 면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지 周나라 건국시조인 문왕(文王)과 殷나라 말기의 현인 기자(箕子)의 고사(故事)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문왕의 이야기이다. “내문명이외유순 이몽대난 문왕이지(內文明而外柔順 以蒙大難 文王以之)”, "자신 내면에 밝은 지혜를 갖고 있어도 밖으로는 그저 미련한 척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왕이 이와 같은 지혜로운 처세로 큰 위기를 모면했다.
두 번째, 기자의 이야기이다. “내난이능정기지 기자이지(內難而能正其志 箕子以之)”, 이는 "안으로 환난이 닥쳐도 능히 그 뜻을 바르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자가 이와 같은 지혜로 밝음이 사라진 시대를 견뎠다.
은나라 마지막 왕인 폭군 주(紂)는 주지육림(酒池肉林)과 포락지형(炮烙之刑)의 당사자이다. 그는 서쪽 제후(西伯)인 문왕이 덕으로 백성을 다스려 명성이 높아지자 이를 시기하여 유리(羑里)의 옥에 가두었다. 문왕의 장자 백읍고(伯邑考)가 아비의 석방을 간청하자 그를 죽여 국을 끓여 문왕에게 주었고, 문왕은 모르는 척 태연하게 다 먹은 후에 토해냈다. 문왕이 지혜를 감추고 아둔한 척했다는 사례이다.
주왕의 숙부인 기자(箕子)는 폭정을 끝내라고 간청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친 척하고 세상을 등져 있다가 殷 멸망 이후에 나라를 다스리는 홍범구주(洪範九疇)의 도리를 周에 전하고 동쪽으로 사라졌다.
단사(彖辭)의 저자는 문왕(文王)과 기자(箕子)가 모두 어둠의 시대를 만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혜를 감추라(晦明)”를 제시한다. 즉 나서지 말고 어리석은 척하라는 의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기 위해 팝콘을 들고 자리에 앉아 있다. 대통령실 제공
명이(明夷)의 시기에 회명(晦明)이 지혜롭게 대응하는 총론이라면 세부적인 각론은 무엇인가? 주역은 다시 풍수환(風水渙) 괘를 제시한다. 이 또한 동효(動爻)가 없으니, 괘명(卦名)과 괘사(卦辭)로만 해석한다.
풍수환(風水渙) 괘는 위에는 손(巽, 바람), 밑에는 감(坎, 물)이 있다
풍수환(風水渙) 괘는 위에는 손(巽, 바람), 밑에는 감(坎, 물)이 있다. 바람이 지나가면 물이 흩어지는 모양을 취하여 “흩어질 환(渙)”이라고 괘명(卦名)을 지었다. 무엇이 흩어지는가? 민심이 흩어지는 것이다. 괘효사(卦爻辭)는 민심이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다양한 형태를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괘사(卦辭)는 흩어진 민심을 붙잡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한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괘사(卦辭)는 “형 왕격유묘 이섭대천 이정(亨 王假有廟 利涉大川 利貞)”이다. “형통할 것이다. 왕이 종묘에 이르렀다.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 바르게 함이 이롭다”. 이를 나누어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왕격유묘(王假有廟), 임금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종묘(宗廟)에 이르렀다. 왕이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며 조상들의 보살핌을 구하고, 동시에 백성의 공동체 의식에 호소하여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종묘(宗廟)는 국민이다. 국민 앞에 제사를 지내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보호를 간구해야 한다.
둘째는 이섭대천(利涉大川), 직역하면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 풍수환 괘에서는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응집하는 것이 고대 사회에서 큰 강을 건너는 것처럼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이롭다는 의미로 의역할 수 있다.
셋째는 이정(利貞), 반드시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삿된 마음 없이 정도를 따라 추진하라는 말이다. 바른 도리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회 원로의 조언과 여론에 담겨있다.
지화명이(地火明夷) 괘는 김 여사에게 엄혹한 상황에 직면했으므로 지혜를 감추고 어리석은 척하라는 경계를 주고 있다. 풍수환(風水渙) 괘는 정부 여당에 대해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권고한다. 이중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다.
(華山: 동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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