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와 21대 대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우측)
김문수 후보가 우여곡적 끝에 11일 국민의힘 21대 대선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당지도부의 강압에 의한 대선후보 교체라는 전대미문의 파동을 겪으면서 상당한 후폭풍과 함께 이 사태를 주도한 권영세 권성동 지도부에 대한 문책이 예상됐다.
실제, 전날 당 지도부에 의한 강압적 후보교체가 당원투표로 무산 된 이후 친한계(친한동훈) 의원들은 새벽에 낸 성명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비대위의 무리한 결정으로 당원과 지지자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줬다“며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친윤계 지도부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려면 친윤 쿠데타 세력에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친윤들은 보수를 망치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권영세, 권성동, 박수영, 성일종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은퇴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권영세·권성동 두 지도부를 겨냥해 "3년 전 두 놈이 윤석열을 데리고 올 때부터 당에 망조가 들더니 또다시 엉뚱한 짓으로 당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졌다. 두 놈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화에 실패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권 위원장만 물러났을 뿐 권 원내대표는 건재하다. 오히려 김 후보는 그를 대선을 지휘하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사실, 권 원내대표는 후보 교체 시도에 가장 앞장섰고, 후보 등록전 단일화에 불응하는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이 한심하다”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김 후보를 비난하기도 했었다. 이런 그를 김 후보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중용하는 것은 의외다.
이를 두고 배경에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면서 윤 전대통령의 대선출마를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은 후보 경선 이후 처음으로 메시지를 내고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한 전 총리께서 출마 선언 당시 밝히셨던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의 번영을 위한 사명’은 이제 김 후보와 함께 이어가야 할 사명이 됐다. 한 전 총리께서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 주시리라 믿는다”면서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 또한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 우리의 싸움은 내부가 아니라, 자유를 위협하는 외부의 전체주의적 도전에 맞서는 싸움”이라고 했다.
문맥과 어투에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측에 더 이상의 논란을 중단하고 화합하라는 가이드라인처럼 느껴진다. 후보 강제 교체 파동에 대한 책임론이 당 안팎에서 부각될 무렵 나온 이 메시지는 실제 관련 논란을 잠재우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와 권성동 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목소리로 통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쳤기 때문에 우리들에게는 더 소중한 시간이고 또 더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성동 선대위원장도 “오로지 단합과 통합만이 승리의 길이다”고 했다.
후보교체 시도 과정에서 최악의 갈등으로 치달은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빠르게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손을 잡은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다만, 김 후보의 이런 행보는 다른 한편으로 한동훈 측과 더욱 거리를 둘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당 내 계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고, 한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도 더 어려워졌다. 대선 기간 실질적인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김 후보의 성향이나 선대위구성 등을 보면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대리전 양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친윤측도 이 구도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선 이후에도 친윤체제를 공고히 유지해 이재명측과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듦으로써 지방선거와 총선을 주도적으로 치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단일화가 무산된 순간 대선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며 “김 후보 측이나 당 지도부 모두 대선 승리를 기대하기보다는 대선 후 치러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권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했다.
또 다른 보수 정치인은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 격차로 지느냐도 중요하다”면서 “10% 이상 큰 차로 패하게 된다면 보수정치권은 친윤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새 판을 짜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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