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조사 잘 받던 尹, 오후엔 못받겠다…점심 때 무슨 일이?

점심시간 변호인들 얘기 듣고 태도 돌변
오전 조사 잘 받던 尹, 오후엔 못받겠다…점심 때 무슨 일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의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전 9시 55분쯤 차량으로 서울고검 현관 앞에 도착한 뒤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내란특검의 첫 소환조사가 이뤄진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오전 조사에서 특검팀의 신문에 조목조목 반박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런 윤 전 대통령이 점심 시간을 계기로 조사자를 교체하지 않으면 수사에 응할 수 없다며 태도가 돌변했다. 오전 조사에 참석했던 변호인들과 논의가 있고 난 이후다.


오전 조사에는 채명성·송진호 변호사가 입회했고, 윤 전 대통령 재임 때 방통위원장을 지낸 고검장 출신의 김홍일 변호사는 이날 함께 출석했지만 조사에 입회하지는 않았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오전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조사가 진행됐다고 판단한 변호인들의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조사가 더 진행되면 윤 전 대통령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고 '조사자 교체'를 명분으로 오전 조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이란 것이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오후 조사를 거부하며 오전 조사에서 작성한 조서에 서명도 거부했다. 조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조사는 무효가 된다. 


이날 오전 조사는 지난 1월 윤 전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경호처에 지시하고 비화폰 기록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진행됐다. 이 혐의는 내란수괴 혐의와 별개로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윤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선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특검은 이날 대면조사에 윤 전 대통령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증거들을 제시하며 윤 전 대통령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으로 이첩되기 전 진행된 경찰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입증하는 진술과 함께 비화폰 통화내역을 비롯한 물증들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에서 이 수사를 주도한 인물이 이날 윤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한 박창환 총경이다. 박 총경은 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저지와 비화폰 삭제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에 대해 검찰의 잇따른 기각에 맞서 3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장본인이다. 검찰이 잇따라 영장을 기각하자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해 결국 영장청구를 끌어내기도 했다. 


박 총경의 추궁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진술에 허점이 많다고 판단한 변호인들은 수사자 보이콧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측은 지난 1월의 윤 전통령 체포영장집행은 불법이고, 박 총경이 이를 지휘했다는 것이 교체 요구의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내란특검측은 박 총경은 영장집행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들이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수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단 윤 전 대통령은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이날 불리한 조사 결과를 무효로 만들었다. 다음 조사 때까지 시간 여유를 가지면서 대응 논리를 만드는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명확한 물증과 진술에 근거한 특검 논리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특검은 체포저지와 비화폰 삭제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 윤 전 대통령측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일 때마다 체포영장 청구를 시사하며 윤 전 대통령측을 압박하는 것도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 조사를 통해 일단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내란수괴혐의와 외환혐의 등의 수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해 초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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