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일 만에 ‘전공의 사직 허용’...의료계는 ‘큰싸움’ 준비

정부와 의료계, 환자들 ‘위에’가 아니라 ‘위해’ 있어야
100여일 만에 ‘전공의 사직 허용’...의료계는 ‘큰싸움’ 준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에프엠뉴스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그리고 업무개시명령을 4일부로 철회하는 동시에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고 복귀하면 행정처분을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전공의 복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대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전국 수련병원들에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100여일만에 철회한 조치다.

 

이제 전공의들은 복귀와 사직 중 하나를 선택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수가 1,000명을 넘었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4일 기준 211개 전체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1021명으로, 전체 1만3756명 중 출근율은 7.4%로 집계됐다.

 

하지만 석달넘게 이어진 의료사태 속에 이번 조치가 '이미 늦었다'는 냉소가 크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박단 전공의협회 비상대책위원장/에프엠뉴스 자료사진


박단 전공의협회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사실 이제는 뭐라고 하든 궁금하지도 않다“며 ”달라질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은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무책임한 정부를 사직한 전공의들이 어떻게 믿고 돌아오겠냐"며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큰 싸움’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의협은 4일부터 나흘간 의사 총파업(집단휴진) 찬반을 묻는 투표에 돌입하는등 집단행동을 본격화한 상황이다.

 

의협은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오는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어 대정부 투쟁을 선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대·연세대·울산대 등 19개 의대 교수가 참여 중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공보 담당 고범석 교수는 "정부가 전공의를 위한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의사들을) '갈라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의료계에서도 정부 조치의 실효성과 의미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만큼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크다.

 

또 최악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했던 1만 명에 가까운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을 떠날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결국 별다른 사태 해결도 못하면서 ‘의료개혁’ 완수를 외치며 “이번엔 사후 구제, 선처 등이 없다”며 '원칙적 대응'을 강조했던 정부가 이번에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하지만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비판적 여론이 크다는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9명은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벌이는 집단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5.6%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진료 거부, 집단 사직,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대답은 12.0%뿐이었다.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이 정부와 의료계의 대책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국민들의 피로감과 환자들의 고통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과 환자들 ‘위에’ 있지 않고, 국민과 환자를 ‘위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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