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 北 수해 피해 심각...정부 '인도적 지원' 적극 고려해야](/upload/articles/579/title-image-66ae154a468c9.jpg)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초 기상 관측 이래 최대 폭우가 쏟아진 평안북도 수해 지역을 시찰하고 있다/에프엠뉴스
북한의 수해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내린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한때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주민 5,000여 명이 고립되고, 1천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기상관측 이후 최대 규모의 폭우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만 4,100여 세대의 주택과 약 3,000 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 시설물, 도로, 철도가 침수됐다. 자강도, 양강도 등 평안북도 여타 지역에서도 도로, 철도, 공공건물이 파괴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8일 공군 헬기와 국경경비대 구조정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주민 구조작업을 벌였다. 같은 날 신의주를 찾은 김정은은 수해 피해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한 데 이어, 7월 29~30일에는 현지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구호품 공급, 피해 규모 파악 및 복구작업 개시 등을 지시했다.
수해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사회안전상, 평안북도당 책임비서,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교체하는 등 주민 불만 달래기에도 나섰다.
이번 수해 원인은 먼저, 김일성·김정일 집권기에 추진된 산지 개간으로 산림이 황폐화된 데다 경제난 때문에 돈벌이와 땔감 마련을 위해 벌목이 무차별로 이뤄진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관측 사상 최대 폭우가 쏟아진 평안북도 수해 지역/에프엠뉴스
부실한 초기 대응도 문제였다. 북한 당국이나 조선적십자사가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는 하지만 장비 부족으로 구조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이어진 폭우 때도 함경북도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두만강을 사이에 둔 중국 쪽에서 보트 등을 동원해 신속한 구조가 이루어졌으나, 북한 쪽에서는 장비부족 등으로 인명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재난에 대비한 비축 물자가 없을 뿐더러 취약한 도로, 철도, 교량 등이 홍수로 유실된 것도 피해지역 주민들을 더욱 고통에 빠트리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급하게 갹출한 식량은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구호활동은 등한 시 하면서 오히려 가용자원을 새집 짓기 등 물리적 재건에 집중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는 수재민들에게 임시거처나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보다 주택 등 건물을 재건하는 데 물자를 사용해 왔다. 수해복구를 지도자 우상화 및 체제 선전에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북한의 구조적 폐습과 함께 외부 지원을 거부하는 것도 수해복구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물자 부족으로 독자적으로 수해 대응이 어려운데도 외부의 도움은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2020년부터 외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수해 구호물품 및 장비 지원 제의를 거부하고 있고, 이재민 구제에 앞장섰던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여러 NGO 구성원들의 복귀도 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민간단체를 내세워 북한에 인도적 차원의 물자 지원 의사를 표명하고, 이를 위한 대화 제의를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북한이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간 차원의 지원, 해외동포를 통한 지원,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등 다양한 민간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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