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외환 불안에 통화정책 무력화...딜레마에 빠진 중앙은행

1% 저성장에 금리 내려야 하지만 가계부채-환율에 발목 잡힌 무기력 상태
집값-외환 불안에 통화정책 무력화...딜레마에 빠진 중앙은행

금융통화위원회/자료사진

1%에도 못미치는 저성장에도 통화정책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외환불안에 발목이 잡혀 정책 여력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기손의 연2.5%로 4회 연속 동결하면서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폭과 기대감이 여전히 높고,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성에 대한 경계감을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한국만 동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가계대출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고,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상승폭과 거래량이 둔화됐으나 가격 상승 기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및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으로 1400원대 중후반으로 높아졌고, 국고채금리는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상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 환율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외환불안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코로나 위기 국면 과도한 유동성으로 우리 경제에 낀 거품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집값과 가계부채가 동반 급등했지만 이후 긴축 국면에서 한은의 기준금리는 미국과의 역금리를 감수하며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 반면 대규모 정책 금융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친 결과 거품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급증한 가계부채는 극도의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이날 한은은 향수 수년간 1%대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자산가격 거품과 금융 취약성이 여전한 구조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보다 집값과 가계부채 상승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율 문제 또한 우리 경제가 직면한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원달러 환율은 끝없이 상승하고, 정부는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 둔화로 국내 경제가 활력을 잃은 사이 투자는 해외로 쏠리고, 수출이 증가해도 그 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으니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지난 몇년간 지속된 고금리 기간에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한 영향도 적지 않다. 미국과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적지 않은 자본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선 원론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저성장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경제 상황과 모순된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금통위가 시장에 보낸 신호도 직전 회의에 비해 긴축적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결정문에서 10월엔 '금리인하 기조 유지'라고 했지만 이달에는 '가능성을 열어 두되"로 문구를 변경했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가계부채와 외환불안 문제가 해소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통화정책, 특히 금리인하 카드는 상당 기간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재정의 역할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4조 8000억원 증가하면서 9월(1조1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제 2금융권 대출과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9월 3조5000억원에서 10월 3조2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줄었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이 급증했다.


환율은 연평균 1400원대를 웃돌면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8년(1398.88원)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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