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ue] 한국에는 왜 급발진 사고가 없을까?

검증대상 : 시청역 차량인도돌진 사고에 대한 경찰 조사결과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에프엠뉴스가 진위를 검증한 내용입니다."

주장의 정확도
sentiment_very_satisfied 진실
sentiment_satisfied 일부 사실 아님
sentiment_very_dissatisfied 거짓
sentiment_neutral 판단 유보
sentiment_dissatisfied 검증 불가
[the true] 한국에는 왜 급발진 사고가 없을까?

급발진 의심사고 장면,차량이 반대편 차선으로 돌진하고 있다/에프엠뉴스

서울남대문경찰은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에 대한 수사결과를 지난1일 발표했다. 예상대로 운전자 과실이었다. 운전자였던 차 모 씨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이다.


차씨는 세 차례의 경찰 조사에서 "주차장을 나서기 전부터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일관되게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운전자 과실로 결론지은 핵심 근거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DR(사고기록장치)의 분석 결과였다. 차씨가 운전한 G80 제네시스의 EDR을 분석한 결과 브레이크는 작동되지 않았고, 가속폐달을 최대 99%까지 밟은 것으로 기록됐다고 했다.


모든 급발진 의심사고 차량의 EDR 데이터는 예외 없이 브레이크 페달은 밟지 않은 것으로, 가속페달은 99% 밟은 걸로 기록된다. 

 

예상된 경찰의 수사 결과

 

지금까지 수많은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EDR 분석에서 급발진으로 나온 경우는 없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는 사례도 없다. 그렇다 보니 EDR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는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그동안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사고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에프엠뉴스


전문가들은 급발진 사고가 우리나라에만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EDR이 차량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반주일 상명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EDR은 ‘제일 마지막 단계의 수동적 기록장치’로 그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결함을 담지 못하는데도 과도하게 신뢰 받고 있으며,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물 역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EDR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한번도 공론화되지 못했다”고 했다.

 

EDR은 충돌 발생 5초 동안의 자동차 속도변화,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제동 페달, 조향 핸들 각도, 안전벨트 착용 상태, 에어백의 전개 정보 등의 각종 사고정보와 운행정보가 0.5초 단위로 기록된다.


그러나 일반 사고 분석에는 도움이 되지만 급발진 여부를 규명하는 데는 적절한 장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EDR(사고기록장치)/에프엠뉴스


EDR 데이터의 신뢰성과 관련해 반 교수는 “EDR 분석보고서에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기록돼 있더라도 실제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잠재적 결함이 있는 소프트웨어가 상황이 그러하다고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급발진이 일어나면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서 가속페달을 밟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EDR은 이를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EDR의 신뢰성이 어느 수준인지 한 번도 공론화되지 못했고, EDR 데이터는 양적·질적으로 신뢰성이 부족한데도 관련 소송에서 제조사에 면죄부를 주는 용도로 활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급발진의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

 

우리나라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 기계적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 급발진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가해자로 처벌도 받는다.


지난 6월6일 이례적으로 소비자가 급발진 사고를 재현한 실험이 있었다. 할머니가 몰던 차량이 급가속 의심 사고를 일으켜 손자를 잃은 사고다. 운전자는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기록장치 EDR을 분석한 결과 가속페달을 밟은 오조작으로 결론 지었다.


차량의 불랙박스에는 운전자가 사고 당시 “이게 왜 안돼. 도현아, 도현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녹음돼 있었다.

 

지난 4월19일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에서 재연 시험을 하고 있다/에프엠뉴스


운전자 측은 많은 비용을 들여 사고를 낸 동일 차량을 구해 같은 사고 구간에서 재현 실험을 했다. 결론은 EDR 기록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동일 조건에서 EDR 기록대로 조작했지만 실제 운행은 다르게 나타났다. 이 결과가 반영된 법원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건 비정상적인 굉음과 속도로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국과수의 EDR 분석에서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전자장비가 자동차에 처음 장착된 1980년대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1986년 미국에서 아우디 5000 모델의 급발진 사고가 큰 이슈가 됐고, 이후 여러 나라로 논란이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급발진 사고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벤츠사가 1885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개발한 이후 전자장비가 처음 장착되기까지 100년간 전세계 어디서도 급발진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이는 급발진이 전자장비의 오작동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도 거의 모든 차량에 전자장비가 장착돼 있지만 단 한번도 EDR을 통해 급발진이나 기계적 결함이 드러난 사례는 없다.

 

급발진 원인 규명을 필사적으로 회피하는 제조사

 

수많은 급발진 의심사고가 나고, EDR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급발진 판단에 있어 EDR의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작업도 없었다. 데이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5초에 불과한 기록시간을 늘리자는 주장도 묵살되고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연도별 발생 현황/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정비 명장인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보다 정확한 급발진 분석을 위해 연료 분사량, 점화시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정도 등의 데이터를 EDR에 추가하는 쉬운 방법이 있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제조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데이터는 추가 비용 부담이 거의 없이 배선 연결만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빈번하자 자동차 제조업체에 패달 블랙박스 설치를 권고한 적이 있다. 업체들은 ‘자동차 가격 상승’ ‘개발비용’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값비싼 갖가지 편의시설을 개발해 판촉에 사용하면서도 수많은 사상자을 내는 급발진에 대해서는 정작 비용을 이유로 극구 반대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페달 블랙박스 설치’는 큰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다. 만약 페달 블랙박스가 설치돼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가 확인되면 업체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만약 '시청역 차량 인도 돌진 사고'가 급발진으로 밝혀지면 제조사는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 보면된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자동차회사는 ‘모든 급발진 사고의 책임을 소비자가 떠안게 만든' 지금의 시스템을 어떡하든 지켜야 하는 것이다.

 

시청역 차량돌진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시행 3년 후부터 신차나 수입차량에 패달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고,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좋겠지만 가능성은 낮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업체의 높은 로비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역 차량 인도돌진 사고로 구속된 차모씨는 희생자들과 국민들로부터 가해 운전자로 비난 받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차 씨도 급발진 사고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매도 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 중 한 사람일 수 있다.


EDR 데이트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운전자 과실로 결론을 내린 경찰 수사는 신뢰하기 어렵다. 그러나, EDR을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차 씨의 조작미숙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찰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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