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 尹·韓 관계의 앞날을 주역에 물었더니?](/upload/articles/665/title-image-66bc9db1df1f7.jpg)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29일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앞두고 환담하고 있다/에프엠뉴스
“윤·한, 사사건건 이견, 이번엔 김경수 사면 두고 충돌”, 모 언론사 뉴스 헤드라인이다.
문맥 그대로 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사사건건 갈등하고 있고, 이번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復權)이라는 복잡한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안을 두고 충돌했다는 의미이다.
한 대표는 8·15 특별사면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되는 것에 대해 “댓글 조작 사건과 같은 민주주의 파괴범에게 정치 재개의 기회를 주는 것은 온당치 못하며 국민이 공감 못 할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사면 복권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고유 권한이기는 하나 김 전 지사 복권 같은 정치적 사안을 여당 대표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여당 대표의 반대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이라 일축하며 복권을 단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동안 보아온 당정관계와 매우 다르고, 생소한 모습이다.
지난 국민의힘 대표 선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윤·한 관계가 평탄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소위 윤심이 한 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에 향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낙선자들을 불러 만찬을 함께 하고, 한 대표와 독대 자리를 가지며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앙금이 적지 않은 만큼 이 정도로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을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뇌성벽력같이 강한 남자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과연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는 향후 어떻게 진행될까? 이 질문에 주역은 뇌천대장 3효와 5효를 제시했다.
뇌천대장(雷天大壯) 괘는 아래에는 건(乾, 천체 운행), 위에는 진(震, 뇌성벽력)이 있는 형상으로 강력한 힘의 '끝판왕'이다. 따라서 괘명을 ‘씩씩함이 크다’라는 뜻을 가진 대장(大壯)이라 했다. 또한 하괘(乾)는 군자를 상징하므로 군자가 상괘(震)의 뇌성벽력처럼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모습이다. 괘상(卦象)으로 보면 강력한 힘을 과시하며 ‘강대강’으로 대결한다.
뇌천대장(雷天大壯)은 뛰어오르는 말의 힘찬 움직임 또는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를 상징한다. 넘치는 힘과 위용을 갖고 있고 그 힘이 겉으로 표현된다. 이 때문에 효사는 힘을 슬기롭게 사용하여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한다. 마땅히 불리할 때는 함부로 나서지 말아야 하고, 힘을 과시할 때도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5효는 뇌천대장(雷天大壯) 괘의 군주(君主) 자리이므로 윤석열 대통령이고, 3효는 제후(諸侯)의 자리이므로 한동훈 대표를 가리킨다. 3효와 5효의 효사(爻辭)는 그 자체로는 무미건조하나 두 사람이 처한 상황에 빗대어 해석하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칼날처럼 우리 마음을 쪼개고 들어온다. 이것이 주역이 갖는 묘미이다.
한동훈 대표는 힘보다 지혜로운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먼저 한동훈 대표에게 주는 3효 효사는 소인용장 군자용망 정려 저양촉번이기각(小人用壯 君子用罔 貞厲 羝羊觸藩羸其角)이다. 직역하면 “소인은 강성함을 쓰고, 군자는 강성하더라도 강성함을 쓰지 않는다. 바르게 해도 위태롭다. 숫양이 울타리를 치받으면 뿔이 상한다”라는 의미이다.
3효의 효사는 한동훈 대표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권고한다.
첫째는 소인용장 군자용망(小人用壯 君子用罔), 한 대표가 소인이라면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강대강’으로 맞서 싸우는 방식을 택할 것이나 군자라면 마땅히 힘을 쓰지 않고 지혜로운 공생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둘째는 정려(貞厲), 바르게 해도 위태롭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관계를 바르게 정립하고 당정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끌어 가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예상 외로 위태롭고 근심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셋째는 저양촉번이기각(羝羊觸藩羸其角), 숫양이 울타리를 치받으면 그 뿔이 상한다. 숫양의 뿔은 명예를 상징한다. 한 대표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불편한 상황과 인물들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오직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명예 손상, 지도력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대표를 잃었는데 후회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역이 주는 메시지는 5효 효사이다. 상양우역 무회(喪羊于易 无悔), 이를 직역하면 “역 땅에서 아끼던 양을 잃는다. 후회는 없다”라는 의미이다.
이 효사는 갑골문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은(殷)나라 선조 중에 왕해(王亥)라는 왕족이 있었다. 그는 우마(牛馬)를 길들이는 방법을 개발하여 이웃 부족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역(易) 지방을 여행하였는데 그곳에서 양을 잃었다. 은(殷)나라 후손들은 사후에 그를 ‘목축의 왕’으로 추앙하고 풍성한 제사를 올렸다. 한 번에 3백 마리의 소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왕보다도 융숭한 대접을 받은 인물이다.
왕해(王亥)가 정성으로 키운 양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한동훈 대표와 같은 존재이다. 그들은 수십 년간 검찰 선후배로 함께 일했고, 정치적 거사를 도모한 동지적 관계이다. 그런데 ‘易(바뀔 역) 땅에서 양을 잃었다(喪羊于易)’는 것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지형 속에서 선후배와 동지적 관계를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양을 잃었는데 후회가 없다(喪羊 无悔). 양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는 양이 주인의 보호 울타리를 떠난 것이다. 더 이상 통솔할 수 없고,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귀한 양을 잃었는데 후회가 없다는 것은 과거 후배이자 동지가 여당 대표가 되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고, 향후 독자적으로 한동훈식 정치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을 대표하는 윤·한은 이제 각자의 길을 갈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결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뇌천대장(雷天大壯)의 3효와 5효가 동(動)하여 중택태(重澤兌) 괘로 변했으니 강성함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는 붕우강습(朋友講習)의 관계도 지속될 것이다.
(華山: 동양학박사)
![[DEMO] 고객요청 배너 - 기사 노출](/upload/banners/demo-article.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