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 尹 대통령의 '공허한 통일론'..."한반도 긴장의 뇌관 될 수도"

"북한 위협에 대한 안보적 대처도 중요하지만 내부 분열은 더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일환의 안보논단] 尹 대통령의 '공허한 통일론'..."한반도 긴장의 뇌관 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에프엠뉴스

독립기념관장의 전력 시비로 올해 광복절은 두 쪽이 났다. 야당과 광복회가 한 편이 되고, 여당과 정부가 다른 한편이 되어 각각 광복절 행사를 치름으로써 광복절 의미가 퇴색한 것은 물론 국론 분열을 심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3-3-7 ‘8.15 통일 독트린’ 또한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선언적 통일론’에 그치며, 광복절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 통일’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과거사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이라는 용어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섰고,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가 역대 최저’라는 대목에서 단 두 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대신 가장 많은 내용을 통일 분야에 할애했다. 과거 어떤 광복절 경축사와도 다른 점이다. 나아가 새로운 통일구상을 담은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8·15 통일 독트린은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추진 전략, 그리고 7대 통일추진 방안을 담은 3-3-7 구조로 구성됐다.


북한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는 북한 체제 변화를 목표로 하는 것


3대 통일 비전은 미래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규정했다.


3대 통일 추진 전략은 국내 차원, 북한 차원, 국제 차원이며 각각 자유 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 배양, 북한 주민들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그리고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이다.


7대 통일추진 방안은 액션플랜(action plan)이며,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인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추진,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 그리고 <국제 한반도 포럼> 창설이다.


한마디로 8.15 통일 독트린은 우리가 주도하는,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는 통일을 명시하였으며, 30년 만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전략적 모호성’이 ‘전략적 명확성’으로 바뀐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먼저 북한 주민과 관련된 분야가 4개 항목을 차지해 절반을 넘고 있는데다,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역시 최악의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의 수용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제안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미와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 비핵화의 압박수단으로 활용해온 상태에서,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확대는 북한 체제 변화를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북한 주민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8·15 통일 독트린’은 북한 입장에선 체제 전복과 흡수통일론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시키는 뇌관 될 수도


당연히 체제와 이념이 다른 북한이 ‘8·15 통일 독트린’의 전략적 명확성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며, 오히려 더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할 소지도 많다.


올 1월을 기점으로 북한은 적대적인 한반도 2국가론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8·15 통일 독트린’의 전략적 명확성이 역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정권은 대한민국을 철저한 주적으로 선포하고, 남북을 전쟁 관계로 전환했다. 전술핵무기 운용부대를 실전에 배치했으며, 최근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250대의 이동식 발사대의 전방배치까지 선언했다. 비무장지대 내 장벽을 구축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전시 체제에 부합하는 조치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 당국을 외면하고 우리 주도로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와 협력해 ‘자유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발상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인 선언으로 들린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적대국가 간 관계로 몰아가려는 북한 당국의 전략에 장단을 맞춰주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본격 시작되는 을지연습과 맞물려 한반도는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이란 외부 위협요소에 대한 안보적 대처도 중요하지만, 내부 분열은 더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성급한 성과보다 멀리 내다보며 통일론을 실천하면서, 동시에 날로 심화되는 남한 내부 분열 상을 극복하는데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부 분열 심화는 김정은 정권이 평화 통일을 강하게 거부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평가해 주세요
100자평
로그인 후 참여하세요.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