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의정갈등 해법, 주역에 물었더니?](/upload/articles/764/title-image-66d1259b9c817.jpg)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으로 수술 환자 조치에 차질을 빚고,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등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환자와 가족들의 몫이 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의료계 현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돈벌이가 잘되는 인기과와 수고에 비해 보상이 적은 비인기과로 나눠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과 도서 지역의 의사 부족 현상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 보건의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십수년간 정원 확대를 추진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이번에는 18년 동안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수 의료분야의 의사 부족은 의대생 부족에 따른 문제일까? 여러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의료 분야 기피 현상과 지방의료 공백은 위험에 비해 보상이 적은 의료수가체계와 소득과 주거 생활을 염두에 둔 선택의 문제일 뿐 의료인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대부분 일방의 권리와 밥그릇, 즉 이권(利權)으로 인한 것들이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이익 집단의 주장에 대해 사회적 공익만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요한 것은 하는 일과 노력에 적정하고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가 하는 부분이고, 이에 대해 사회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 여당 또한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냉정한 자기 성찰과 반성도 필요하다. 행정부를 통괄하고 법률 제정 권한을 위임 받은 만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 설령 의사단체의 집단 이익이 원인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는 예상되는 파장과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의대증원은 지난 오랜 기간 정부가 추진하려했지만 의사단체의 반발에 막혀 실현되지 못했다. 그때 마다 지금과 같은 전공의 이탈이 공식처럼 반복돼 왔다. 행정행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정부로서 예상되는 충분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지금 같은 의료계 혼란이 발생하고,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관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정 갈등을 지켜보면서 주역은 지금의 의정 갈등에 어떤 진단을 내리고 해법을 제시할지 궁금했다.
첫째 의정 갈등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둘째 정부는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셋째 의료인 단체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괘효사를 구했다.
의료개혁 방안을 공론화하고, 대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의정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주역은 택천쾌(澤天夬) 무동(無動)을 제시했다.
택천쾌(澤天夬,䷪) 괘는 아래에는 건(乾☰, 관청·강건함), 위에는 택(澤☱, 동호회·즐거움)이 있는 형상이다. 상하 괘가 합쳐진 여섯 효의 모습을 보면 아래에 다섯 양(陽)이 있고 맨 위에 하나의 음(陰)이 자리하고 있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위에 있는 하나의 음(陰)은 산전수전 다 겪고 나이가 많은 권신(權臣)을 상징하는데 아래 다섯 군자를 누르고 있을 만큼 힘이 있다. 반대로 아래의 다섯 군자는 위에 있는 한 명의 여성을 몰아내고 군자들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괘명을 ‘과감하고 단호하다’는 쾌(夬, 決)로 하였다. 강(剛)이 유(柔)를 결단(決斷)하는 것이요. 군자가 소인을 벌주는 것이요, 정부가 고질적인 문제를 혁신하는 것이다.
동효(動爻)가 없으니, 괘사(卦辭)로만 판단한다.
택천쾌(澤天夬,䷪) 괘사는 “양우왕정 부호유려 고자읍 불리즉융 이유유왕(揚于王庭 孚號有厲 告自邑 不利卽戎 利有攸往)”이다. 직역하면 “임금 의 뜰에서 공표함이니, 믿음으로 부르짖어도 위태로움이 있다. 자신의 고을에 고해야 하며, 군사로 나아가는 것은 이롭지 않다. 갈 바가 있어 이롭다”라는 의미이다.
그 의미를 해석하면 의정 갈등의 개괄적 요인이 잘 드러나 있다.
맨 위에 있는 하나의 음효(陰爻)는 의료개혁 과제 또는 의료인 단체를 상징한다. 아래 다섯 양효를 보면 5효는 대통령, 4효는 복지부장관, 1,2,3효는 복지부 관료들을 상징한다. 아래 다섯 양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불타는 사명감으로 맨 위 하나의 음(陰)으로 상징되는 의료계를 개혁하려 한다.
문제는 위에 있는 하나의 음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한 명의 여성이 다섯 남자를 억누르고 있으니 그 기세나 세력이 대단하다. 어설프게 다루려 하다가는 도리어 반격을 당하기 쉽다. 갑신정변의 3일 천하, 무술개혁의 100일 천하 등은 민비 또는 서태후 같은 한 명의 여성을 가볍게 보다가 실패한 사례이다.
의료인의 직업적인 수준과 경제력,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평판 등을 고려할 때 일방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괘사는 다섯 양(陽)이 하나의 음을 척결할 때 만만하게 보지 말고 조심조심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양우왕정(揚于王庭)”이다. 휘날릴 양(揚)은 ‘선포하고 공포한다’는 의미이므로 “왕의 뜰에서, 즉 조정에서 문제점을 소상히 드러내야 한다”고 해석한다. 의료개혁 문제는 의료인의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한다. 국가의 개혁 의제로 상정한 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당사자 그룹과 토론과 협의를 거쳐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정부는 “양우왕정(揚于王庭)” 과정을 거쳤는지 돌아봐야 한다.
둘째, “부호유려(孚號有厲),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소리를 지르며 호소해도 근심거리가 있다”. ‘근심거리가 있다’는 것은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이 합리적이고 타당해도 여론이 따라주지 않아 겪게 되는 근심이다. 의료개혁 방안을 공표하고 취지를 설명했음에도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여론도 의대생들의 교육 차질을 우려하여 일방적으로 정부 개혁안을 지지하지 않는 듯하다.
셋째 “고자읍 불리즉융(告自邑 不利卽戎)”은 의료 개혁을 원만히 추진하기 위한 대응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을 주민에게 먼저 알려야 하며, 무력을 써서 강제로 제재함은 이롭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즉 국민을 상대로 개혁 당위성을 알려야 하고, 의료계 반발에 강압적으로 대처하지 말라는 경계이다.
넷째 “이유유왕(利有攸往), 갈 바가 있으면 이롭다”는 것은 노회한 권신(權臣) 또는 고질적인 문제를 상징하는 음효(陰爻)를 척결하기 위한 조건, 즉 양우왕정, 고자읍, 불리즉융(揚于王庭, 告自邑, 不利卽戎) 등을 준수하면서 개혁을 추진하면 이롭다는 의미이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그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는지, 의료계와 대화하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돌아보아야 한다.
장막 커튼을 걷어내고, 각계각층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음은 의정 갈등이 반년 이상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책을 물었다. 주역은 뇌화풍(雷火豊) 4효와 5효를 제시했다.
뇌화풍(雷火豊, ䷶) 괘는 아래에는 리(離☲, 태양, 지혜), 위에는 진(震☳, 강력한 힘)이 있는 형상이다. 풍괘(豐卦)는 태양의 성대함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일식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그 뒤에 여전히 태양은 빛나고 있으나 일시적으로 어두워진 상황이다. 현재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는 모든 것을 잘 보고 있는 듯 하나 실상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에 비유할 수 있다.
4효사는 “풍기부 일중견두 우기이주 길(豊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그 장막을 크게 함이라. 해가 중천에 있는데 북극성이 보인다. 평등하게 상대방 주인(대표)을 만나면 길하다”이다. 해가 중천에 있는데 북극성이 보이는 이유는 달이 해를 가리는 개기일식이 발생했거나 장막 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하여 세상이 어두워졌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어두우니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지혜로운 조언도 수렴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단막을 걷어내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상대방 대표(夷主)를 평등한 입장에서 만나야 길(吉)하다고 한다. 4효의 짝인 초효(1효)는 의료인 단체 대표들이다. 비록 직책은 낮으나 지혜가 있으므로 평등한 자격을 인정하고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서로울 수 있고 서로 다투어 화를 초래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5효의 효사는 “래장 유경예 길(來章 有慶譽 吉), 빛난 것을 오게 하면 경사와 명예가 있어 길할 것이다”이다. 여기서 장(章)은 빛나는 말과 문장이다. 빛나는 말은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각계의 지혜로운 조언이거나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도출한 합의를 뜻한다.
뇌화풍(雷火豊) 괘에는 “태양이 있음에도 어두워 별이 보인다(日中見斗)”라는 효사가 반복된다. 그 이유는 5효의 군주가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지 않거나 조언을 듣지 않는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5효의 군주는 비록 위세는 성대하나 그 빛이 천하를 두루 비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는 군주가 어두우니 신하도 어둡고, 천하가 어두워진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햇빛을 차단한 장막 커튼을 걷어내고, 열린 마음으로 의료인 단체와 대화하고, 동시에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즉 “래장(來章)” 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사가 있고 명예롭게 될 것(有慶譽)이다.
의료인들은 원래의 자리, 의료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다음은 의료인들은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물었다. 주역은 동효(動爻) 없는 지뢰복(地雷復, ䷗) 괘를 제시했다. ‘돌아온다’라는 의미의 복(復)이다.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는 정부의 태도가 의외로 강경하여 대화나 타협을 통해 제3의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투쟁을 계속하면 소득 없이 피해만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정 갈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정부와 의료인 모두 한발 물러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하지만 의정 갈등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안 자체가 복잡미묘하고, 감정적인 문제까지 얽혀있어 쾌도난마 같은 해결책을 기대하기 힘들다.
첨예한 갈등 사안을 주역의 몇 글자로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쓸모없는 말을 중언부언한 것은 아닐까 염려가 앞선다. 하지만 특정한 주제에 대해 주역 점을 치고, 괘효사를 학문적으로 해석하고, 철학적 의미를 도출하여 현실에 적용해 가는 과정이 전혀 의미가 없지 않다. 독자와 함께 고대 지혜의 산물인 주역의 묘미를 즐기면서 동아시아 고대사를 바라보는 지평을 넓히게 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華山: 동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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