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을 포격하고 있다/에프엠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 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암살하면서 중동 내 반이스라엘 진영(저항의 축)의 맹주인 이란의 대응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이란이 수십년간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내세우며 치러왔던 '그림자 전쟁'이 막을 내리면서 중동의 세력 균형이 급격히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2달 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가가 이란의 심장부에서 테러로 암살된 상황에서도 참전을 꺼려 왔다. 그러나 '저항의 축'의 핵심이던 헤즈볼라의 수장이 이스라엘 손에 암살되면서 저항의 맹주로서 어떤 형태로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개혁 성향의 이란 새 지도부가 피하고 싶었던 운명적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가 암살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더 이상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이란
이란으로선 곤혹스런 상황이다. 보복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전으로 확전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직접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란은 막대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헤즈볼라 전문가인 아말 사드 카디프대 교수는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개입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며 "이란은 '저항의 축' 세력 중 유일하게 실재하는 국가이고, 따라서 나섰을 때 잃어야 할 것도 가장 많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온건 개혁파'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해 제재를 풀고 경제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방과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서 배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의 축'의 맹주로서 헤즈볼라 수장의 암살을 외면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이란이 전쟁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며 "이 시점에서 이란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저항세력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은 두달전인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된 뒤에도 구체적인 행동을 자제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곧 타결될 테니 복수하지 말라'는 서방 만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반대로 휴전협상은 무산됐고, 더구나 이번 나스랄라 암살 상황에 직면하자 얻은 것이 없다는 불편이 나오고 있다.
'격랑' 속의 중동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격을 이어갈 태세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 움직임을 토대로 레바논에서 제한적 지상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CNN에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텔아비브에 위치한 이스라엘군 본부에서 이란 정권을 지목하며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헤즈볼라는 이미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맹세했고, 여전히 수천 명의 전사와 상당한 미사일 무기고가 있다"고 했다. CNN도 "나스랄라 암살은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헤즈볼라가 재조직되고 다른 지도자를 앉혀 이스라엘과의 긴 싸움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일단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사악한 정권에 맞서도록 도와 달라"며 무슬림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추가 성명에선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의 한 관리는 '레바논 파병'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대응을 주도할 쪽은 헤즈볼라이고, 이란은 지원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라고 봤다. "하메네이는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국제사회 대응도 촉구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이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서한에서 이스라엘이 침략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중동이 "전면전"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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