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컬럼] 李재명 대표의 ‘애완견’ 비난에 담긴 의미…결국 ‘판사’ 겨냥](/upload/articles/117/title-image-666ea7bce1cbd.jpg)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대북송금 재판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에프엠뉴스
이재명 민주당대표가 지난 14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면서 언론을 향해 작심하고 분노에 찬 발언을 쏟아냈다.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 1심 재판이 문제가 많은 데도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쓴다면서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에 비유했다.
이 대표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개설, 불법 대부업, 주가조작 등으로 처벌 받은 전력을 열거하며 ’부도덕한 사업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도덕한 사람의 말이 재판에서 그대로 인용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는 배척됐다며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된 국정원 기밀보고서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국정원 보고서에 분명히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부도덕한 기업인과 국정원 기밀 보고서 중 어느 것이 맞겠냐고 반문하며 "언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이런 희대의 조작 사건이 가능하겠냐"라고 했다.
이 대표가 그동안 언론을 비판할 때 보수언론을 지칭한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언론 전체를 싸잡아 언급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작심 발언의 배경에는 숨은 계산이 작용했다.
이 대표 발언의 핵심은 재판부가 편파적인 시각을 갖고 이 부지사에게 유리한 진술과 증거는 배척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회장측의 진술은 인용함으로써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이를 근거로 엉터리 판결을 내렸다는 의미다.
이는 재판부를 향해 해야 할 말이다. 그런데 판사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언론만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상 이 재판의 당사자이기도 한 이 대표가 재판부를 직접 공격할 경우 당장 거대 야당의 대표이자 이해 당사자가 사법부를 부정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
재판이 잘못 됐다는 이 대표 발언의 진정성에도 당장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려는 전술로 치부될 수 있다.
대신, 언론으로 화살을 돌림으로써 재판부의 판결이 명백히 잘못됐는데도 언론이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아무런 검증도 없이 판결 내용을 보도하고 있고, 이로인해 검찰의 조작이 진실로 각인되고 있다는 메시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재판에서 진술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문제를 판사의 개인 판단에 맡기는 재판제도 아래에서 항상 이런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유죄에 대해 양형을 정하는 것은 법률 전문가가 잘하고 또 법률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진술과 증거의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은 법을 아는 것과 별개의 능력이고, 영역이다. 그래서 유무죄의 판단을 투표로 결정하는 배심원제도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각 결정이 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후 정국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히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 판사의 판단이 잘됐는지 여부와 별개로, 정치가 실종되고, 검찰마저 진영에 발목이 잡힌 현실에서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정 심화되고,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도 너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운명을 가르는 주요 사안이 한 사람의 생각과 판단에 좌우되는 현실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 합의부재판, 삼심제 등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지만 합의부 내 의사결정 관행, 삼심제에서 파생되는 시의성의 문제 등으로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판결을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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