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컬럼]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upload/articles/129/title-image-6671b11148478.jpg)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프엠뉴스
지난 2월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4개월째를 이어지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제도 개편 때마다 반복되는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에는 항상 정해진 패턴이 있다. 전공의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교수들이 동참을 선언하고 병원의 진료차질이 심해질 즈음 정부는 항복을 선언한다. 그동안의 경험 대로면 지금쯤 정부가 물러설 때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전공의들의 4개월 파업에도 불구하고 진료 현장의 혼란과 차질이 이전보다 훨씬 덜하다. 의사들의 총파업 입박에도 정부 입장은 흔들림 없이 의연하다. 의사들의 집단휴업이 시작된 18일, 정부는 “총파업이 확산되면 의협 임원을 바꾸거나 의협을 해산할 수 있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총파업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번번이 의사들의 저항에 굴복한 정부가 이번엔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소한의 양식도 저버린 언동
국민 대다수도 반복되는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분노하며 정부 대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에프엠뉴스
그동안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며 존경받는 직업의 하나였다. 미래가 가장 확실히 보장되는 직업으로 자타가 공인하며, 수능 최상위 학생들이 적성과 재능을 가리지 않고 의대로 몰리고 있다. 의사들이 우리 사회에서 누리는 기득권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간접 지표이자 선망 받는 직업으로서 의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사와 의사단체들은 이번 의정갈등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의사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의 말과 처신은 매우 거칠고 저급했다. 지방의대 증원을 두고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다라거나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지극히 오만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다.
어떤 전공의는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포도농사나 짓겠다”거나 “용접이나 하겠다”등의 발언으로 많은 이들의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의사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기에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우월의식과 특권의식에 젖어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말, 막무가내식 행동은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의사들은 의사를 악마화한다고 정부를 탓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의정갈등에 임하는 의사들의 행태는 스스로 악마화를 자초하며 대다수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권조차 의정갈등에서 만큼은 한목소리로 정부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것이 아마 유일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등돌린 집단 이기주의
지난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77.8%가 의료파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인으로서 의사들의 권리라고 답한 사람은 14.8%에 불과했다. 의정갈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왜 이렇게까지 차가운지 의사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민주화와 함께 모든 집단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발전해 왔다. 반면 의사 집단만큼은 똘똘 뭉쳐 정부를 굴복시키며 강고하게 기득권을 지켜왔다.
의대정원이 그 현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의대정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오히려 숫자를 줄였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미용개념에서 다루는 문신조차 우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정도로 절대적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과도한 의대 쏠림은 국가 자원 낭비
양질의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지 못해 안달하는 사회적 요구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의사들이 얼마나 기득권을 공공히 지켜왔는지 알 수 있다. 과도한 기득권은 수능 최상위 수험생이 적성과 재능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의대를 선택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만들었다.
도가 지나친 의대 쏠림현상은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배분 측면에서도 대단히 문제가 많다. 수능시험성적이 좋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수학능력만 갖춘다면 적성과 재능이 좋은 의사가 되는데 더 훨씬 중요한 요소다.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이 재능을 무시하고 의대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국가 차원의 자원낭비다.
자원들이 의대로 몰리는 이유는 기득권때문이다. 의사의 평균 연봉이 일반 근로자의 6배에 달한다. 전문직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고 정년도 없어 청년들 사이에서 의사는 의느님으로 불린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프엠뉴스
전 의협회장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했다. 실제 의사는 그동안 항상 정부를 이겨왔다. 의약분업, 원격진료 도입 등 사사건건 정부와 맞서 언제나 이겼다.
환자 생명 위협이 아니라 본인 희생하는 모습 보이는 게 의사로서 도리
그동안 의사가 정부를 이길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의사 파업으로 환자가 피해를 입으면 여론은 결국 정부에 무한책임을 물어며 대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전공의들은 “정부가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드러누우면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있다.
의사의 전면파업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정부가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하다. 의사들이 정부는 이길 수 있지만 국민을 이길 수는 결코 없다.
의대정원 저지가 환자 생명을 위협해 가며 쟁취해야 할 만큼 절실하다면 차라리 삭발 단식을 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라는 한 의료단체의 고언에 의협은 귀 기울여야 한다. 환자 치료에 사용하라고 국가가 독점적으로 준 면허로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악마의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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