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케이블 적군의 표적이되다...바닷속 137만km

해저 케이블 적군의 표적이되다...바닷속 137만km

지난 17∼18일 핀란드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케이블과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고틀란드섬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절단한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 선적 '이펑 3호'

바다 밑 해저 케이블을 절단하는 공격은 1898년 미국과 스페인과의 전쟁 때 쿠바 해안에서 발생했다. 당시 거대한 쇠톱으로 케이블을 절단한 미 해군 카메룬 윈슬로우팀은 “삼킬 듯한 파도가 배를 때리며, 갑판을 부실 것 같은 힘든 상황에서 해저에 깔린 무거운 케이블을 힘들게 끊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미국과 스페인 전쟁 당시 미 해군이 감행한 스페인 통신망 절단 작전이었다. 1세기 지난 지금도 바다 깊숙이 깔아 둔 해저케이블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공격 타깃으로 부상한다.


지난 17일과 18일, 발틱해저에 깔린 두 개의 광섬유 케이블이, 누군가의 시설물 파괴공작으로 손상을 입었다고 독일 국방장관이 밝혔다. 핀란드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1천200㎞ 길이의 해저케이블과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고틀란드섬을 연결하는 218㎞의 해저케이블이 각각 절단됐다.


스웨덴 경찰은 해저 케이블이 깔린 해역을 항해하던 중국 화물선 '이펑 3'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중국의 타이완 위협, 이스라엘의 가자에 대한 참혹한 침공 등이 계기로 해저케이블이 지정학적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해저 케이블은 주요 공격 목표가 되어 왔다.


전 세계 바닷속 137만km나 깔려 있는 530개 상당의 해저 케이블망은 , 개인이나 기업, 정부 등이 보내는 국제통신망의 99%를 전담하고 있다. 글러벌 해저케이블 지도는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적의 공격에 파괴될 수 있는 취약성도 보여준다.


이 케이블들은 하루에 수십조 달러의 거래를 중개하고, 민감한 정부 통신, 보이스 콜, 인터넷 데이터를 전달한다. 해저케이블은 글로벌 경제의 중추가 되었으며, 매일 오가는 엄청난 양의 테이터에 손상이 간다면, 그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갖는다.


그러나 케이블에 손상을 입히는 공격은 시간이 걸리고 은밀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서방에서는 미 정보기관 출신의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 2018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NSA(국가안보국)와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가 자행한 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 감시 목적으로 케이블을 이용하는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인 레코디드 퓨쳐(Recorded Future)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는 해저 케이블 시스템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해저케이블에 대한 정밀 지도를 작성해왔다. 이는 파괴공작이나 균열 공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 지적했다.


2015년 뉴욕 타임즈는 “러시아 잠수함과 스파이 선박이 북해부터 북동 아시아에 깔린 해저케이블 근해에서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의혹이 러시아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 타이완 감사원은 “외국 선박이 2019년 이래 36번이나 타이완과 부속 도서와 연결된 케이블을 손상시켰으며, 그 건수는 12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손상을 입힌 실체는 어선, 화물선, 모래 준설선 등 다양한 선박이었다.

 

2024년 2월, 타이완과 부속 도서인 마츄 섬을 잇는 두 개의 케이블이 중국 어선과 화물선에 의해 손상을 입어 인터넷 연결이 느려지고, 전화가 불통되기도 했다. 2024년 예맨 후티반군은 홍해 해저에 설치된 4개의 빅 텔레콤 네트워크 라인에 손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하자, “자신들의 소행은 아니다”고 강력 부인했다.


퓨쳐지에 따르면, 매년 100여건의 해저케이블 결함이 발생헤 데이터 전송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한다. 손상의 대부분은 사고가 원인이다. 트롤어선이나 닻을 끌어 잡아 당기는 선박으로 인해 발생한다. 화산도 원인인 경우도 있었다. 2022년 통가 해안지역에 깔린 케이블이 화산폭발 때문에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문제는 해저 케이블은 불량 국가나 행위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절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연한 사고로 가장하는 방법도 예상할 수 있다.


1950년대 말까지는 상어가 종종 해저케이블을 물어뜯어 골칫거리였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1959년부터는 주로 어선들의 조업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손상된 케이블을 복구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해저케이블 단가는 1,6km 당 40,000 달러이며, 새로 대서양 횡단 케이블을 깔려면 200만 달러에서 250만 달러(약 28억원)의 비용이 든다. 대서양 횡단 케이블은 무려 4,000 미터에 이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최근호에 따르면 케이블 안보를 모니터하는 단체들은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나 투자기업들에 대 글로벌 해저케이블네트워크의 위험한 요소로 본다. 중국이 전 세계를 넘나드는 데이터 흐름에 간여하고, 감시하고, 조작하는 능력이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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