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 4년만의 한중일 정상회담, 의미와 과제](/upload/articles/26/title-image-66587fabcf47c.jpg)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3국 정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대통령실 제공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지난 27일 개막돼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1박2일 일정을 마쳤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해 온전한 ‘정상회의’라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4년 5개월 만에 3국의 정상협의체가 어렵게 가동됐다는 것만으로도 있미가 있다.
공동선언은 ▶3국 협력의 제도화, ▶2030년까지 연간 인적교류 4,000만명 달성 ▶3국 FTA의 협상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 지속 ▶다자간 협력 체제에서 상호 긴밀한 소통 등을 담았다.
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공고화되고 있는 동북아 신냉전 체제에 전략적 견제 효과와 함께 고조되는 갈등 구조를 완화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지난 27일 제9차 한중일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이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에프엠뉴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강화되는 군사협력에 우려가 커지고 있고, 올해 푸틴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더욱 밀착될 북러 관계가 역내 정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3국 정상회의는 시의성을 갖는 행사였다.
4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회의에서 협력적인 분위기 속에 공동선언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핵과 같은 경성이슈를 배제하고 합의가능한 연성이슈를 부각시킨 우리 정부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하겠다.
그런가 하면 이번 정상회의가 성사된 이면에는 각국의 국내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진 점도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지렛대로서의 중국 카드가 막혀있는 것은 우리 정부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껄끄러운 대중관계가 수출감소 등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 점도 중국과의 정부 차원 소통 확대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덧붙여 지나치게 미국 편향 외교라는 일부 비판을 희석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일본 역시 지지율 침체로 정권이 흔들리고 있는 기시다 수상에게 국면전환의 계기로서 3국정상회담은 좋은 카드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연대에 전략적 견제 효과를 가지면서 고조되는 국제사회의 반중 감정을 완화하는 효과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불안심리를 다독거려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는 난이도가 낮은 1차 방정식을 푼 것에 불과하다. 세 나라 앞에는 풀어야 할 훨씬 어려운 난제들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한·중관계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사드사태 이후 우리 정상의 연이은 방중에도 시진핑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한번도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키로 한 만큼, 기시다의 방북이나 푸틴의 방북과 때를 맞춰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추진해 볼만 하다. 한중관계의 진정성을 회복하는데 꼭 거쳐 가야할 과정이다.
지난27일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중 한일 양자회담/에프엠뉴스
아울러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도 한국·일본과의 협력에 분명한 선을 그었고, 한국에 우선적으로 손을 내밀며 한·일 사이에 간극을 만들려고 한다”는 일부 언론의 분석은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한중일은 경제를 넘어 지역 안보 차원의 협력으로 발전시킴으로써 3국 정상회의 가 동북아 안보의 안전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난제다.
중국은 공동선언에서 ‘협력’이란 단어는 63차례 등장시키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삽입하는데는 명확히 반대했다. 리창총리는 북한의 첩보위성 발사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비핵화’라는 단어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제적 협력관계가 국가 존망을 좌우하는 안보를 결코 넘어설 수 없음을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 보여주는 셈이다.
우리로서는 중국이 ‘시진핑 제국을 건설하려 한다’는 일각의 분석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영국의 언론인 데니스 블러드워스(<Dennis Bloodworth)는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중국(The Chinese Looking Glass)>이란 책에서 중국의 미래를 이렇게 정리했다.
”중국이 탐욕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중국은 황하강 유역에서 삶을 시작해 거대한 제국을 소유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정치,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은 이미 자신들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현실화 된 위협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는 활발한 교류와 교역을 통해 서로 협력하기도 하지만 전쟁을 벌이는 나라도 대부분 이웃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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