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버블이 남긴 2가지 '경제 난제'와 정부의 딜레마

코로나 버블이 남긴 2가지 '경제 난제'와 정부의 딜레마

코로나시기 초금리로 인한 버블시대를 지나면서 우리 경제는 두 가지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자산버블과 그에 따른 금융리스크,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부실위험이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부실과 자영업자 부채는 제2금융권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당초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2단계 스트레스DSR을 두 달 연기한 것도 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버블시기가 우리 경제에 남긴 두가지 과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부동산과 건설업의 제2금융권 부실지표가 통계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9년만에 최악이다.

 

고금리에 담보가 취약한 비은행권의 건설과 부동산업 대출 중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각 7.42%, 5.86%로 2015년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이후 가장 높다. 1년 전에 비해 각 2.2배, 1,9배이며 2년 전에 비해서는 각 4.2배, 4.5배나 된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문제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 1분기 말 1.52%로 2년전인 2022년 2분기 말 0.50%에 비해 3배나 뛰었다.


특히 자영업자 중 다중 채무자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차주(대출금 상환을 기대하기 어렵다)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10.21%에 이른다. 취약 차주를 숫자로 보면 12.7%로 가계(6.4%)의 두 배에 가깝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자영업자."라고 했다.

문제는 버블시기를 거치며 빚으로 버티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나 좀비자영업자가 급증했지만 제대로된 부실정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논리 대로라면 고금리 시기에 자연스럽게 부실정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부실채무의 생명을 연장해 주기 때문이다. 


대선,지방선거,총선 등 잇따른 선거로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만기 연장 등에 의해 부실정리가 미뤄졌다. 금융권에서는 총선 이후 부실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가 한풀 꺾이며 9월 이후 인하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는 점은 다행이다. 금리인하로 이자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리스크나 자영업자 부채문제를 연착륙 시키는데 긍정적인 신호다. 


최대 복병으로 떠오른 수도권 집값


하지만 우리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데 금융당국의 고민이 있다.

  

최대 변수가 집값이다. 금리 인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부동산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부동산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28% 오르며 17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도 지난주 0.24% 올라 5년10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한 뒤 이번 주에는 더 확대됐다. 상승지역도 강남권에 이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료사진/에프엠뉴스


집값 상승은 필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져 최근 2주 동안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5조8천억원 증가했다. 집값 폭등기인 2021년 10월 이후 2년8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정부는 하락 일로를 걷던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내심 반겼을 것이다. 부동산PF 문제를 연착륙시키는데 도움이 될 뿐아니라 침체된 건설경기와 경제전반의 활력을 회복하는데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이 하방 압력을 완충하기 위해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 여러 명분을 만들어 주택구입을 유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집값은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는 정부가 자초한 영향이 크다. 초저금리 때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집값이 지난 2년여 동안의 금리인상기에 거품을 충분히 빼야 했지만 정부가 정책으로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금융부실 등 집값 급락이 미칠 연쇄적 파장을 우려한 점이 작용했지만 과도한 개입으로 집값을 방어한 영향이 큰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 1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어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집값불안은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주요 패인 중 하나로 무주택자의 투표성향이 꼽힌다. 투표결과 분석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무주택자들이 대거 국민의힘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부동산PF와 자영업자부실문제가 우리 경제의 주요 과제인 와중에 수도권 집값상승이란 더 엄중한 과제가 현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금융부실문제를 해결하려면 금리를 내리고 경기를 진작시켜야한다 뿐만아니라 체감경기에 영향이 큰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위축된 부동산경기를 살려야 한다. 반면 집값을 잡으려면 금융긴축이 필수불가결이다.


정책 딜레마에 빠진 정부


이처럼 정부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정책 딜레마에 빠져있다.


지난 11일 이창용 한은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리인하 시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금리 결정 시에는 환율과 집값, 가계부채 등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프엠뉴스


집값은 오르고,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집값 버블을 경험한 학습효과로 부동산 투기수요는 넘치고 있다. 가계부채는 명목 GDP 대비 130.6%로 OECD국가 중 2위이고, 최근 집값 상승과 함께 또 다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미국 경기의 연착륙 기대감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138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그나마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제외하면 금리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을 펴기 위해 어느 하나 유리한 여건이 없다.


긴축정책도 완화정책도 섣불리 취할 수 없는 어려운 여건에서 최근 정치 상황도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있다. 자칫 우리 경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드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창의적인 대책을 만들어 보다 정교하게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 주체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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