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쟁으로 비화한 '조진웅' 소년원 이력

진영 논쟁으로 비화한 '조진웅' 소년원 이력

배운 조진웅씨가 지난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하기 전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미성년자 때의 중범죄가 폭로돼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 49)씨 관련 논란이 진영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측에선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진보측에선 이미 오래 전 죗값을 치른 것이고, 더구나 30년전 미성년 시절의 범행 이력을 문제 삼는 것은 '교화'와 '교정'을 부정하는 사회적 낙인이라며 반박한다. 


조씨는 지난 6일 소속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실망드린 걸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조 씨에 대한 논란은 5일 한 언론이 고교생이던 지난 1994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훔치고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으로 조씨는 소년원에 송치돼 처벌 받았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조씨의 과거사가 지금 갑자기 불거진 것은 지난해 12.3비상계엄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씨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법계엄을 규탄하는 영상을 직접 촬영해 공개하는 등 정치 성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함께 광복 80주년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하면서 보수진영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의 과거가 드러난 것은 지인이나 피해자의 제보가 있었거나 이른바 신상털기를 통해 과거의 범죄 이력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다.


조씨는 일제시대 독립군을 다룬 영화 '밀정'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16년 신흥무관학교 홍보대사를 맡았고, 2021년에는 홍범도 장군 유해를 국내로 봉환할 때 '국민특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조씨는 진보측 인사의 개인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밀정' '시그널' 등의 작품에서 조씨는 정의로운 역할을 맡아왔고, 그만큼 과거 행적에 대해 대중이 느끼는 충격과 배신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진보측 인사를 중심으로 30년 전 청소년기에 있었던 일을 들춰 대중의 인기로 살아야 하는 배우를 매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보성향으로 평가되는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조씨의 은퇴는 잘못된 것으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면서 "청소년 범죄는 처벌하면서도, 교육과 개선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 소년(조진웅)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며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정치·선정적 동기든 수십 년 전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 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다.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 우뚝 서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서는 조씨 문제를 호재 삼아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좌파의 범죄 카르텔 선언. 미성년 강도-강간도 옹호'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씨를 옹호하는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 의원은 한인섭 교수의 글을 거론하며 "다들 제정신인가?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씨 관련 내용으로 보이는 당시 언론 보도가 정확히 남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범죄자 셋이 차를 훔쳐 피해 여성 6명을 유인해 번갈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다. 피해 여성 대부분이 10대 미성년이었다"고 했다. 이어 "조진웅은 가명을 쓰고 범죄 전과를 감추며 온갖 정의로운 척 위선으로 지금의 지위를 쌓았다"며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 가명 때문에 당시 극악했던 범죄자가 조진웅인지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감쌀 일인가?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냐"고 반문했다.


앞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는 소년범 사건의 기록과 수사 자료는 피해 당사자라 할지라도 소년부 판사가 허가해야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사회적 낙인을 막아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다만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또한 조씨가 성인이 된 이후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음주운전과 폭행 등으로 처벌 받은 이력은 공인으로서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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