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기획예산처 장관에 보수정당 출신 중진인 이혜훈 전 의원이 발탁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진영으로 갈라져 사활을 걸고 대립하는 현실에서 상대 진영의 인사를 발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직속의 기획예산처는 국가 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재정 정책과 국가발전 전략을 설계하는 막강한 부처다. 국가 살림을 담당하고 미래 전략 설계와 국가 자원을 배분하는 중요한 부처에 보수 출신 인사를 발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자의 정치 이력과 의정 활동 등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발탁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경제 전문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갖는 데다 보수 정당에서 3선을 지냈지만 그가 걸어온 정치 이력은 진보적 철학과 정책을 오가며 드물게 탈 진영, 탈 이념의 행보를 취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보수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바른정당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참패했고, 이 전 의원도 낙선했다. 바른정당은 정치개혁의 도전에 실패하면서 국민의힘과 다시 합당했고, 이 전 의원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엔 험지라 할 수 있는 서울 성동구갑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에 패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 후보자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보수정당 의원으로는 드물게 경제민주화 등 진보적 정책을 과감하게 주장하고 반영하려 노력했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견제하고 서민과 중소기업 보호를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고리사채와 불법대부업으로 인한 서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의정 활동과 정치이력에서 보여준 이 후보자의 행보는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과 맞물리면서 파격 발탁으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자가 부산 출신이란 점도 발탁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 탈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이어 국가 자원을 배분하는 예산 담당 부처 수장에 부산 출신을 앉힌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부산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재수 전 장관의 사퇴로 공석이된 후임 해수부 장관에 부산 출신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의 송미령 농림부 장관을 유임시킨 데 이어 보수당 중진 출신의 이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면서 정파를 떠나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 정부가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나는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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