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에프엠뉴스
의료 파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이 의료계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추석연휴 응급실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은 의료파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정부도 의사단체와의 대화를 위해 당초 2000명으로 정한 2027년 의대정원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물러서며 협상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의사단체는 기존 강경 입장에서 요지부동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협의체 구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에 백기투항 요구
의사단체는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이미 대학입시 전형이 진행 중인 올해 1천509명의 의대 증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해는 물론 전체 수험생들에게 연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다. 단지 의대증원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국정 동력을 상실해 식물정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사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장차관의 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백기투항하라는 것이다.
의사단체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상황이 악화되고, 여론도 정부에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추석연휴에 응급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여론의 흐름은 의사들에게 유리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의사들의 반대가 뻔히 예상되고, 과거 여러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계획도, 논리도 없이 일방적으로 증원을 몰아붙여 지금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연히 그 매듭을 풀어야 할 책임도 정부에 있다. 올해 의대정원 증원 철회를 포함해 처음 상태로 돌아간 뒤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라고 했다.
정치권도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의사 단체에 손을 내밀고 있어 의사단체로서는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다.
의사단체도 마냥 거부할 수는 없을 듯
정치권은 의사단체의 요구사항에 대한 논평이나 언급은 없이 의사단체의 협의체 참여를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도 이날 한 목소리로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동참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단체도 협상을 마냥 거부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협상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과 성의를 보이는 상황에서 의사단체만 사실상 정부의 항복을 요구하며 거부할 경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끝내 협의체 참여를 거부할 경우 이후 의료사고 등에 대한 책임과 비난은 고스란히 의사단체의 몫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사실, 지금도 의사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는 압도적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 다만, 무한 책임을 져야할 정부가 보다 정교하게 의료개혁을 준비하지 못함으로써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가 의료개혁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단, 의사단체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한다면 장기간 이어온 의료파행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반면 추석 연휴에도 의사단체가 끝내 협의체 참여를 거부한다면 의정 갈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의료사고를 포함한 의정갈등의 책임이 의사단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여론도 의사단체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정부의 의료개혁에 오히려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추석 연휴 이후 응급 의료체계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면서 의료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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