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헤즈볼라', 나는 '모사드'...희생자들은 왜 휴대폰 대신 삐삐를 사용했을까?

뛰는 '헤즈볼라', 나는 '모사드'...희생자들은 왜 휴대폰 대신 삐삐를 사용했을까?

지난 17일(현지 시간) 레바논의 한 시장에서 과일을 고르든 소비자의 삐삐가 폭발해 쓰러지고 있다/에프엠뉴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또 한번 공작능력을 발휘했다. 지난달 하마스 지도자 하니이예를 이란의 심장부에서 암살한 지 1개월 만이다. 대상은 헤즈볼라였다.


17일(현지시간)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쓰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에 폭발하면서 최소 9명이 숨지고 2천750명이 다쳤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공작 행태를 보아 모사드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삐삐를 사용하는 수천 명의 레바논 사람들을 향해 터트린 동시 조율된 공격으로, 상당히 창의적인 방식이다. 이스라엘은 부인하지만, 헤즈볼라를 상대로 통념을 깨는 이 공격 방식은 모사드의 작품이 확실해 보인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목표로 암살에 관여해왔다. 이번 사건에 모사드 가담이 확인된다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수십 개의 삐삐가 한꺼번에 폭발해 수천 명이 다치고 최소 9명이 숨진 이번 공작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적개심을 보여준다.


모바일 폰 대신 삐삐를 사용하는 이유는 헤즈볼라 지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휴대폰은 추적이 가능해 지휘관의 위치를 노출시킴으로써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킹 여부도 조사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선 폭발 원인이 아직 미궁이다.


폭발한 삐삐는 신형 대만제인데, 아마 공급 과정에서 비밀번호 유출 등 공격자가 침투할 여지를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다룬 책 <아마겟돈을 겨냥한 스파이>의 저자 요시 멜만은 "(폭발한 삐삐가) 최근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모사드가 시도 때도 없이 헤즈볼라 내부를 침투하거나, 첩자를 투입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10살 소녀를 희생시킨 것은 지혜로운 공격이 아니다. 이번 삐삐 폭발공작을 계기로 국경위기 수준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17일 오전, 지난 몇 달 동안 이스라엘과 다툼을 벌여온, 이란 연계 레바논 단체가 이스라엘 전 안보기관 간부를 원격 조종 수단을 이용해 레바논에서 암살하려 했다고 이스라엘 국내 보안기관 신베트가 주장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레바논에서 삐삐가 폭발해 부상 당한 피해자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에프엠뉴스


한편, 삐삐 폭발 공격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를 향해 '당신들이 뭘 하든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암살 등의 다양한 공격에 가담한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고 이중 많은 경우는 당초 의도한 대로 사건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사례1. 대표적인 휴대폰 폭발 공격 희생자는 야하 야야쉬였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폭탄 제조 책임자였던 야하 아야쉬가 1996년부터 사용하던 모바일폰을 터트려 폭사시킨 것이다. 야야쉬는 “위대한 엔지니어”로 이름을 떨치면서, 이스라엘 버스 승객 자살공격 감행 전략을 만든 인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야야쉬 살해는 버스 폭탄 공격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고, 당시 위기를 진정시키지도 못했다.

 

사례2. 모사드의 암살공작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도 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였던 칼리드 메샬로, 1997년 암살시도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공작방법은 요르단에 거주하던 메샬 귀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공작이었는데, 당시 이스라엘 총리 네타야후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 공작은 실패하고 일부 요원은 체포됐다. 이에 분노한 요르단 후세인 국왕은 평화 협정을 깨고 해독제를 제공하지 않으면, 체포한 요원들을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은 어쩔 수 없이 요르단의 요구조건을 수용했다.

 

사례3. 하마스 무기 구매책임자 마무드 알 마부의 암살도 또 다른 유형이다. 2010년 2월 두바이 도착한지 5시간 만에 호텔방에서 암살됐다. 11명의 암살단은 가짜 유럽 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했다. 하마스는 즉각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비난했고, 두바이 당국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암살단의 정체를 드러냈다. 두바이 당국이 제공한 CCTV 영상에서 일부 장면이 목격됐다. 암살단들은 신분을 정교하게 가장했지만 들통 났다.

 

사례4. 이란의 심장부 테헤란에서 암살한 하이니에 암살은 암살공작의 극치를 이룬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지도자 하니이예에 대한 암살을 여러차례 시도한 끝에 지난 8월 테헤란에서 단거리 발사체(이란의 공식 발표)로 결국 성공했다. (폭발수단과 관련해선 소형 폭탄을 내부 협조자를 이용하여 반입한 뒤 시한폭탄처럼 터지도록 해 살해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이란의 직접적인 군사 대응을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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