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환의 안보논단] 헤즈볼라의 치명적 오판과 주목받는 이란의 선택](/upload/articles/1553/title-image-6728570472d0f.jpg)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새수장 '나임 카셈'/에프엠뉴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자행한 이스라엘의 반격은 인종청소, 집단학살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잔혹한 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를 사실상 궤멸시킨 뒤에도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목적으로 레바논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를 상대로 잔인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나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판 강한 비판에 대해서는 눈도 꿈쩍 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이란의 공격에 대해서는 핀포인트식 반격으로, 고도의 군사능력을 과시하며, 이란도 언제든 ’제2의 하마스‘, ’제2의 헤즈볼라‘가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이스라엘의 양심과 종교적 가치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가자지역에 민간인이 집단으로 모여 살고, 특히 아파트형 주거지가 밀집돼 있는 데다 하마스가 그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땅굴을 파놓고 있었기 때문에 지상작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사작전과 정보능력은 전문가의 예측을 넘어서는 무자비하고 고도화되어 있었다. 학교든, 병원이든, 아이들이 있든, 여성들이 있든 개의치 않고 하마스 대원이 있다고 추정만 되면 잔혹할 정도로 살상을 자행했다. 사망자들이 44,000여명이 넘고, 다친 사람은 10만 명 정도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가혹하여 ‘팔레스타인인 절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하마스 궤멸 작전이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고, 또 하나의 안보 불안인 헤즈볼라 궤멸작전에 나섰다. 작전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헤즈볼라를 완전 불구로 만들어 더 이상 이스라엘을 위협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다.
지난 9월 헤즈볼라 진영에 대한 호출기 폭파 공격은 이를 위한 신호탄이었으며, 연이은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 암살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한 조치였다. 미국 역시 겉으로는 이스라엘의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는 11월 5일 미 대선과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든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한 위선에 불과했다.
정밀 무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면서 살살 때리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나 레바논에서 민간인이 얼마나 목숨을 잃든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무시한 간과한 것이다.
인도주의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외치면 이스라엘에 먹혀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스라엘은 지금의 상황을 건국 이후 최대의 안보 위기로 봤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제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게다가 정치 생명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정치적 위기의 탈출구로 삼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다. 전시내각을 만들면서, 내부를 총력 전쟁 동원 태세로 몰아가 정치적 논란을 잠재웠다. 여기에 승리의 모습을 연출함으로서 국민들의 지지를 높이는 정치적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뜻밖의 네타냐후야 말로 전쟁의 받은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스라엘의 내부 상황과 정세 인식, 위기의식을 헤즈볼라는 2006년에 경험한 고정관념에 얽매여 여러 측면에서 오판을 범했다.
암살당한 나스랄라는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레바논을 떠나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레바논에 잔류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의도를 무시하고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공격을 감행했고, 이는 울고 싶은 이스라엘에게 뺨을 때린 결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 그릇된 계산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이 이스라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간과했다. 이스라엘인들의 핵심규범이 흔들렸다. 세계 유일의 유태인 국가가 존재 위협에 처했다는 점을 절감했다. 이스라엘 생존만이 유일한 가치가 되었다. 나스랄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간의 전쟁을 치른 후 “전면전 위험이 있는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지시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오류를 공재적으로 인정했다. 그런 그가 암살되기 전에 똑같은 오판을 반복했다. 이스라엘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무시한 것이다.
세 번째 오판은 이스라엘의 군사 및 정보능력을 경시한 것이다. 헤즈볼라 고위층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첩자를 심어 놓았을 가능성을 경시했다. 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 통신망에 부비트랩을 까는 마당을 열어주었으며, 고위지도자와 지휘관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스랄라가 수년 간 지하에 숨어서 활동한 은신처가 이스라엘에 노출됐으며, 결국 자신도 암살의 나락에 빠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2016년 이후 헤즈볼라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해즈볼라 조직 내에 무기 등 자산을 어디에 분산 배치해 놓았는지 등이다. 헤즈볼라가 남부 레바논에 터널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빌딩을 짓는 동안, 모사드는 시아파 내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burrow). 아이러니하게도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 기간 아사드를 지원한 것이 대역으로 헤즈볼라 심장부를 파고드는 단초가 됐다. 군사적 구조, 부대편성, 지휘관과 통제시스템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협조자를 채용하는 기회도 늘려주었다. 헤즈볼라에 대한 결정적 정보 획득은 시긴트(통신감청 등 신호정보) 등 과학기술 정보보다 사람을 이용한 휴민트 덕택이었다.
헤즈볼라는 간헐적으로 저항은 하고 있지만, 전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헤즈볼라를 지탱해온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사라지고, 산하 조직 지휘통솔력도 매우 취약해졌다. 통신망이 거의 파괴돼 조직적인 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격을 막을 능력도 상실하고, 헤즈볼라의 존재이유(raison d’etre)이기도 한 남부 레바논 마을도 방어하지 못한다. 헤즈볼라 역시 하마스처럼 불구 상태가 됐지만 이란이 건재한 이상 명맥은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전력을 회복하는 데는 몇 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란의 선택만 남았다. 핵무력 구비와 사용 여부다. 핵개발 옵션은 테헤란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고 전략적인 설득력도 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부터 폭탄 설계 및 미사일 생산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면서, 진정한 핵능력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도로 요새화되고,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이스라엘의 유일한 군사옵션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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