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 '봄날의 얼음판을 걸어야'](/upload/articles/2274/title-image-675d1c27e498b.jpg)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후임에 친윤으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을 선출했다. 권 의원은 12.12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106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과반인 72표를 득표하며 34표를 얻은 김태호 의원(4선·경남 양산을)을 누르고 당선됐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입문 및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 국민의힘 첫 번째 원내 대표를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는 경상도가 아닌 강원도 정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할 정도로 권성동·이철규 등 강원 출신 의원들의 당내 입지는 공고했다. 이들이 정권 창출에 이바지한 공로는 물론 윤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정서적으로 친근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권성동 의원은 친근하고 스마트한 정치인이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런 이미지로 다가온다. 돌쇠 같은 인상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있고,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는 짧은 시간에 문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간략한 언어로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지금 원내대표로서 그가 직면한 현실은 암담하다. 여야 간 어떠한 협상력도 발휘할 수 없고, 갈라진 당내 의견을 하나로 통합할 수 없는 진퇴양난, 절체절명의 상태이다. 그는 대표 당선 후 소감에서 “지금 여당의 원내대표 자리가 독이 든 성배임을 잘 알고 있다.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당의 위기가 일단락되면 미련 없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느끼는 위기감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집을 태우고, 소를 잃어버리는 불운한 나그네.
원내 대표로서 그의 정치적 역할이 궁금했다. 주역은 화산려(火山旅) 상효(上爻)를 제시한다.
화산려 괘는 위에는 리괘(離卦), 밑에는 간괘(艮卦)가 있는 상이다. 이는 산(山) 위에 불(火)이 있는 형국으로 산불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나무를 태우며 이리저리 옮겨가는 모습에서 괘명을 나그네(旅)로 명명했다.
고대사회에서의 나그네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축적하였기 때문에 한곳에 거주하는 농경민보다 식견이 뛰어나다. 이들은 상거래 등 생업을 영위하면서 부수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여 문명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거주민들이 나그네를 무조건 환영하지 않았다. 때로는 도적이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냉담하게 배척하기도 한다.
화산려(火山旅) 괘는 여행자가 여행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여행 중에 겪는 위험과 고통, 행복과 명예 등을 효사를 통해 묘사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는 어떠한 여행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권성동 의원이 얻은 상효 효사는 다음과 같다. 조분기소 여인 선소이후호도 상우우역 흉(鳥焚其巢 旅人 先笑而後號咷 喪于牛易 凶) : 새가 자신의 둥지를 불사른다. 나그네가 먼저는 기분이 좋아 웃지만, 나중에는 목놓아 울부짖는다. 아끼던 소를 이국땅에서 잃는다. 흉하다.
새가 그 집을 불태운다(鳥焚其巢)는 국민의힘 당내 사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탄핵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의견 대립과 분열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상황이 조기에 수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그네(旅人)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상징한다. 불이 난 국민의힘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소방수이다. 위기를 극복하면 미련 없이 물러나겠다는 소감에서 밝혔듯이 원내대표로서의 그의 역할은 주인보다는 나그네의 불안정한 신분에 비유할 수 있다.
나그네가 먼저는 웃음을 짓지만, 후에는 크게 울부짖는다(先笑而後號咷). 이는 나그네가 겪는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위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분과 갈등이 더욱 심해져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역 땅에서 소를 잃는다(喪牛于易). 이 효사는 BC1500년경 생존했던 은나라 왕자이며 “목축의 신”으로 불리던 왕해(王亥)의 고사를 담고 있다. 그는 왕자의 신분으로 돼지와 소 등 가축을 길들이는 방법을 개발하여 은나라 주변의 미개 유목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여행했다. 역 땅에 이르러 그곳의 왕 면신(緜臣)에게 처음에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목축의 방법을 알려주었으나 마침내 자신이 갖고 있던 소와 양을 모두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였다.
당시의 소는 가장 귀중한 가축이었다. 소유한 가축의 숫자로 개인의 부를 평가한 것으로 볼 때 소를 빼앗겼다는 것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상실했다는 의미이다.
선대의 학자들은 상전(象傳)에서 이 효사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이여재상 기의분야, 상우우역 종막지문야(以旅在上 其義焚也, 喪牛于易 終莫之聞也): 나그네가 높은 자리에 있으니 필연적으로 새집이 불에 타는 것과 같은 재난이 있을 것이다. 이국에서 소를 잃는다는 것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나 아무도 그 사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화산려(火山旅) 상효를 전체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산에 불이 나서 새집이 위험한데도 새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집이 다 타버리고 나서야 뒤늦게 알고 대성통곡하는 꼴이다. 새집은 귀중한 것인데 타버렸고, 소도 귀중한 가축인데 잃어버렸으니 흉하다. 나그네가 잠시 좋은 일에 기분이 좋아 웃을 수는 있지만 가는 앞길에 첩첩산중 갖가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나그네는 유순하며 중도에 적합한 행위를 해야만 재앙을 피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경계이다. 봄날의 얼음판을 밟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처신해야 한다.
華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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