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시론]"한동훈, 정원을 거닐어도 그 사람을 볼 수 없다"

긴 시간 정치적 활동을 접고 침묵 속 때를 엿볼 것
[주역시론]"한동훈, 정원을 거닐어도 그 사람을 볼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직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에프엠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직 사임을 발표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해, 더는 당 대표로서 정상적 임무 수행을 할 수 없으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또한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며 거듭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로써 한 대표 체제는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꼭 146일 만에 막을 내렸다. 정치권이 젊고 유능한 인물로 점차 교체되기를 바라는 필자로서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당 안에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입지가 위태로워진 한 대표는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것인가? 주역은 중산간(重山艮) 5효를 제시한다.

 

중산간(䷳, 重山艮) 괘는 8괘의 간괘(☶, 艮卦)가 두 번 겹쳐진 것으로 “멈추어 움직이지 않는 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괘상을 산(山)에 비유했다. 산처럼 움직이지 않으며 안정되고 중후하고 견고하고 진실한 뜻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예로부터 간괘(艮卦)를 침묵 속에 수양하는 군자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중산간(重山艮) 괘사는 다음과 같다. 간기배 불획기신 행기정 불견기인 무구(艮其背 不獲其身. 行其庭 不見其人. 无咎): 등에서 멈추나 자신을 보지 못한다. 뜰을 걸어도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 허물은 없다)

 

이 구절을 설명한 단사(彖辭)는 “간, 지야. 시지즉지, 시행즉행. 동정부실기시, 기도광명.(艮, 止也. 時止則止, 時行則行. 動靜不失其時, 其道光明): 간은 멈춘다는 뜻이다. 멈추어야 할 때 멈추고, 가야할 때 가면, 가고 멈춤이 모두 때를 놓치지 않아 멈춤의 도가 빛난다.”라고 하였다. 즉 멈추고 움직이는 것은 때에 따라 적절히 해야 하는데 괘상으로 볼 때 지금은 멈추어야 할 때이므로 그의 대표직 사퇴는 적절한 것이다.

 

정이천(1033년-1107년)은 중산간괘 단사 주석을 통해 “멈추는 도는 오직 때에 달려 있다. 나아가거나 멈추고, 움직이거나 고요할 때 적합하게 하지 않으면 허망한 것이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이치에 합당하면 그 때를 잃지 않은 것이니 그 도가 밝게 빛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중산간 괘의 5효 효사는 다음과 같다. 간기보 언유서 회망(艮其輔 言有序 悔亡): 그 볼에 멈추니 말에 조리가 있다. 후회는 없다.

 

5효는 군주의 지위로 멈추어진 세상을 통솔하는 자이다. 즉 5효를 얻은 것은 대외적인 활동을 멈추고 은둔에 들어가나 그의 사회적 지위는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볼 따귀(輔)는 입이다. 따라서 효사는 “입에서 멈추니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을 하면 조리가 있다. 후회는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러나 은둔하는 중에 깊이 생각하고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말을 해야 할 때는 하되 쉽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다.

 

이 효사를 설명할 때 예로 드는 고사(故事)가 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평공(平公)이 대신들과 술을 마시던 중 취기가 돌자 무심코 “임금 노릇이 즐겁지 않구나”라며 탄식했다. 이때 앞에 앉아 있던 태사 사광(師曠, 날 때부터 소경)이 무릎에 있던 거문고를 앞으로 던졌다. 평공은 급히 몸을 피한 후 화가 나서 물었다. “태사는 지금 누구를 치려고 했소?” 사광이 정색하고 답변하기를 “조금 전 제 앞에서 말을 함부로 하는 소인을 향해 던진 것입니다.” 평공은 “그게 바로 나였소.”라고 했더니 사광은 “어허! 조금 전 그 말씀은 임금된 분이 하실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공인의 말, 특히 국민의 대표라고 자임하는 정치인의 말은 경우와 이치에 합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모욕을 초래할 수 있다.

 

중산간 괘와 5효사로 볼 때 한동훈 전 대표는 멈추어야 할 때 멈춘 것이다. 상당기간 정치적 활동을 접고 침묵 속에서 때를 엿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어떻게 해야 자신의 진정성을 대중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오해받지 않을까? 이런 문제를 화두로 삼아 고민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華山.

이 기사를 평가해 주세요
100자평
로그인 후 참여하세요.
뫼곳강동
2024-12-16 14:14
외부환경에 사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