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한남동 여성전사는 왜 '백골단'에 꽂혔을까?](/upload/articles/2674/title-image-6780742d1b784.jpg)
9일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백골단 회원들을 국회로 불러 기자회견을 주선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흰색 헬멧을 쓴 청년들을 국회로 불러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반공청년단'의 예하부대인 '백골단'이라고 소개했다.
백골단이 뭔가? 1980년대 서슬퍼런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시위 현장에서 흰색 헬멧을 머리에 쓰고 한 손에 든 곤봉으로 시위대를 무차별 가격하며 체포 연행하던 경찰의 시위진압 부대이다.
80년대 대학생을 비롯해 민주화 시위에 참여해본 사람이면 백골단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끌려가면 경찰서 지하실에서 밤새 몽둥이로 맞고,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풀려나면 다행이다. 이른바 '녹화사업'이란 이름으로 가족도 모르게 군대로 끌려가기도 했고, 이름만 들어도 소름 끼치는 남산과 서빙고로 끌려가 초주검이 되도록 고문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에겐 악몽과 고통의 상징이고, 우리 현대사의 부끄러운 역사를 대변하는 백골단을 김민전 의원은 40년이 흐른 지금 왜 다시 세상에 끄집어내고 싶었을까?
이날 스스로를 백골단이라고 소개한 젊은이들은 백골단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모를 수 있다. 그들이 태어나기 적어도 10~20년 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그런 그가 백골단이란 이름 만으로도 화제가 돼 여러 언론에도 보도된 문제의 단체를,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 데려와 기자회견을 열도록 했다.
최근 김민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며 한남동 차가운 아스팔트를 지키는 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런 김 의원이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 백골단을 다시 부각시키는 모습에서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우리 사회는 수십 년 간 잊고 지낸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든 많은 사건들 경험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경호처장은 윤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른다는 이유로 시민의 입을 틀어 막아 끌어냈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국가세력으로 척결의 대상이 됐고, 여론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라며 묵살해도 되는 것이었다.
급기야 윤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척결해야 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전광훈 목사는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며 이런 주장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계엄을 내렸어야 했는데 여자라 못하고 탄핵된 원죄 때문에 윤 대통령이 또 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위대한 결단으로 미화하며 4.19가 그랬듯이 법 위에 저항권이 있다며 지지자를 선동했다.
그리고 김민전 의원은 과거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한 백골단을 반공으로 포장하며 내란 혐의를 두둔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
윤석열, 김용현, 전광훈, 김민전, 그들의 언어와 행태는 매우 닮아있고,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세력의 주장과 일치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기치로 권력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빨갱이로 규정해 몽둥이로 입을 다물게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고문으로 제압했던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시계를 40~50년 전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정서에는 이른바 민주화를 주도한 86 운동권 세력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흐르고 있다. 김민전 의원은 과거 민주화 시위대를 몽둥이로 내리치던 백골단이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한남동 거리에 활약해 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다.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수십만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히틀러와 그의 나찌즘을 추종하는 자들까지 있지만, 불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것도 자유다.
다만,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고, 여당의 주류로 포진해 국정을 주도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지금 직면한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는 그런 위험이 현실화 된 것이다.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국민의힘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보다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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