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유급·제적 앞두고 복귀 발표...정치권과 이면 합의 있나?

정치권과 의료계, '유급-제적 철회와 학사유연화' 합의설
의대생, 유급·제적 앞두고 복귀 발표...정치권과 이면 합의 있나?

국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12일 대한의사협회, 국회와 함께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교에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동맹휴업에 들어간지 17개월 만이다.

 

다만 구체적인 복귀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학생들이 복귀를 발표한 것은 7월 말 학사 처분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막다른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칙에 의해 8,300여명이 유급을 앞두고 있고, 46명은 제적될 예정이다. 의대는 제적되면 사실상 복학이 불가능하다.

 

특히 이번에 유급 처분을 받게 되는 8300여명의 학생은 내년에도 수업을 거부할 경우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제적 처분을 받게 된다. 다음 학기에는 제적과 복귀 중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계와 정치권이 의료 파행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사 처분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일단 복귀부터 발표한 것이다. 학생들의 유급과 제적 사태를 막고 시간을 번 상태에서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전략이다. 복귀를 발표한 상황에서 학교가 제적 등의 학사처분을 내리진 못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최종 복귀는 결국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를 근간으로 하는 의료개혁 문제와 연계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수업거부로 인한 제적, 유급 등의 학사 조치가 없어야 하고 학사일정도 유연성을 발휘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발표하고도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정부가 학사유연화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의대 교육의 특성상 본과생의 경우 현 상황에서 정해진 전공수업과 임상실습 등을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특혜 논란과 함께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과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국회 이름으로 공동입장문에 동참한 것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선 이면 합의설이 나온다.

  

당정이 학사처분 백지화, 학사유연화 등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학생측과 사실상 합의하고, 정부가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기 위해 국회가 대책을 촉구하고, 정부가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학생들의 복귀를 위해 양보를 거듭해왔고, 실제 일부 학생들이 복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학사유연화 등의 추가 조치는 없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로서는 의대생들의 요구를 수용할 명분도 없고,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당정과 의료계는 의료계 파업이 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고, 따라서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조치는 특혜가 아니라 학생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것이란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공동입장문 첫머리에 “한국의 의료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고, 이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과 정책실패가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라고 언급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의료계 갈등을 끝내기 위한 의료계와의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 직후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 발표와 함께 의료개혁 협상을 논의할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의료 갈등의 종식을 선언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의협간부 출신의 의료계 인사는 의대증원의 경우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공의대 설립에 협조하는 대신 윤석열 정부의 2000명을 상당히 축소하는 쪽으로 의료계 의견이 모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필수의료패키지의 경우 워낙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협의체를 통해 시간을 두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대화와 설득을 통한 새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을 보여주고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대표적 사안이란 점에서 의료계와의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국민들이 의료 파행으로 2년 가까이 고통을 당하면서도 의료개혁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는 점에서 자칫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개혁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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