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컬럼] '의료 위기'가 尹 전대통령 때문이다?...의료계의 이상한 논리

문재인 정부 유시민 복지장관도 "의료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유일하게 잘한 것"
[에프엠컬럼] '의료 위기'가 尹 전대통령 때문이다?...의료계의 이상한 논리

국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와 함께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왼쪽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 김택우 대한의협회장,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

의대생들은 지난 12일 국회를 믿고 복귀한다면서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의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이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과 정책 실패가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사회적 재난을 초래했고 그 결과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될 국민이 의료공백 속에 생명을 잃었다.”고 했다.

 

이 입장문은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의원과 보건복지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민주당도 입장이 같다는 의미다.

 

의대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핵심 이유는 의대생 2000명 증원이었다. 만약 1천명 또는 500명을 증원한다고 했다면 수업 거부를 하지 않았을까?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400명 증원을 추진했만 전공의들이 파업으로 위협하면서 없었던 일이 됐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지역 의료 공백' 등이 반복적으로 사회 문제가 됐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파업 공포에 무기력하게 굴복해 왔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의사 스스로 자랑스럽게 말하는 '의사 불패' 신화를 곱씹으며 황당함과 굴욕감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정부는 증원 규모 발표에 앞서 의료계에 여러 차례 협의를 요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가소롭다는 듯 극한 용어로 비난을 쏟아내며 묵살했다. 그 배경에는 전공의들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드러누우면 이긴다”는 빗나간 의식이 깔려있었다. 의료보험 도입 당시 정부를 굴복시킨 학습효과는 이후에도 수업이 반복되면서 '의사 불패’ 신화가 만들어 졌다. 덕분에 의사의 기득권은 공고화됐지만 의료공백과 의대 편중 등의 부작용은 심각해졌다.  

  

다만, '의사 불패 의 학습효과는 정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질타는 정부, 특히 복지부의 몫이다. 정부 입장에선 의료개혁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겪을 수 밖에 없는 의료 파업 사태를 극복해야 하고, 이를 위한 대책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1년 7개월 이상 떠났음에도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정부가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반증이다. 정부가 아무 준비 없이 의대 증원을 불쑥 꺼냈다는 의료계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의사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이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번번히 의료개혁을 무력화 시키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는 불편은 물론 생명의 위험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장시간 의료 파업에 맞서는 원동력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가 의료 위기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의대증원 발표 이후 수없이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찬성을 능가할 때는 없었다. 윤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보일 때도 심지어 비상계엄 이후에도 윤 정부의 의료개혁 만큼은 강고한 지지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도 '윤 전 대통령의 모든 것을 잘 못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있는데 의료개혁이다’고 했다.

 

의료계와 국민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로 수업거부 기간이 길어졌고, 의대생들은 유급이나 제적의 위기 상황으로 몰렸다. 환자의 생명을 건 치킨게임이 승패의 임계점에 거의 도달한 시점에 의대생들이 '정부과 국회를 믿겠다.'며 복귀를 결정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재임 기간 납득할 수 없는 실정과 황당무계한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의 최후를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료개혁까지 윤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혹시라도 그 의도가 의료개혁을 대충 뭉개고 넘어가기 위한 명분이라면 긴 시간 불편과 위험을 감내하며 의료개혁을 갈망해온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의대생 복귀를 위해 관련 규정을 바꾸고 갖가지 특례를 추진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이 문제에 접근하면서 머리 속에 표 계산을 하고 있다면 대단히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들이 목숨을 담보로 투쟁해온 결과물을 표로 가로채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규정과 원칙을 저버리는 편법은 향후 각종 사안마다 소환되면서 두고두고 국정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의 의료 난맥상은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 이기주의와 여기에 반복적으로 굴복해 온 이전 정부들의 책임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의료 위기를 불렀다”는 의료계와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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