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500억 투자방식 놓고 美와 정면 충돌...김정관, 빈손 귀국

미측의 정부투자 요구 수용하면 우리 기업 진출 막힐 수도
3천500억  투자방식 놓고 美와 정면 충돌...김정관, 빈손 귀국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중앙)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7월 24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무역협상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무역협상의 세부안 확정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을 방문해 무역협상을 진행했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14일 오후 귀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뉴욕을 방문한 김정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 지난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토대로 합의문안 작성을 위한 세부사항을 협의했다.


핵심은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천5백억 달러의 투자 방식과 투자로 얻은 수익의 배분이다. 미측은 앞서 일본과 맺은 합의안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투자해야 하고, 대미투자로 얻게 되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갖는다는 데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에 출연해 '협상의 여지는 없다'며 "일본은 계약에 서명했다. 한국도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우리측을 압박했다.


앞서 일본은 5천5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투자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수익을 두 나라가 절반씩 나누고, 이후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기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또한 투자처는 미국이 선정하고, 투자처가 결정되면 일본은 45일 안에 자금을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 안을 받아들이기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직접 투자는 구조적으로 수용이 어려운 만큼 기업이 투자를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보증하는 방식을 미측이 수용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사실상 기축통화국이나 다름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외환보유액에서 일본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통화스와프가 체결됐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 정부가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원화가치 절하 등으로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외화 유출이 대규모로 진행될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을 보장하면서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투자 방식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또한 기업을 통한 투자가 실효성이나 효율성 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만약 일본처럼 정부가 직접투자하고 투자처를 미정부가 결정할 경우 정작 우리 기업들은 아무런 수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투자금 회수 후 투자수익의 90%를 갖겠다는 미국측 요구도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미무역협정에 근거해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경우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면 기업의 채산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부에서 합의문 작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익이 되지 않는 서명을 왜 하느냐"며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다. 한미 양측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끝까지 일방적 요구를 고집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미국의 상호관세 25%를 수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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