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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녹색 곰팡이가 묻은 치즈나 상한 냄새가 나는 닭고기 등을 발견하게 되면 버려야 할지 아까우니 찝찝하지만 먹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여러 미생물 독소와 생화학 물질에 노출돼 가벼운 배탈부터 간암과 같은 심각한 상태까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브래드 리스펠드 화학생물공학, 공중보건학 명예교수는 연구 기반의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잡지에 최근 기고한 글을 통해 상한 음식을 섭취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현명한 처리 방법을 음식 별로 설명했다.
견과류와 곡물
곡물이나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 식품은 곰팡이가 부패의 주범이다. 곰팡이 냄새를 유발하는 녹색, 노란색, 검은색 또는 흰색의 흐릿한 곰팡이가 피어 있다면 부패가 진행된 것이다. 이런 곰팡이의 대부분은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옥수수, 수수, 쌀, 땅콩 등에는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와 아스페르길루스 파라시티쿠스라는 두 가지 곰팡이가 핀다. 이들은 아플라톡식이라는 진균 독소를 생성해 반복 노출되면 간이 손상될 수 있고,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
밀, 보리, 옥수수 같은 곡물에는 푸사리움이라는 곰팡이가 잘 자란다. 특히 습도가 높을 때 잘 발생한다. 이 곰팡이가 피면 변색된 것처럼 보이거나 분홍빛 또는 붉은 색을 띠고 퀴퀴한 냄새가 난다. 푸사리움 균은 세포를 손상시키고 소화관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세포막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방해하는 푸모니신 B1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간과 신장을 손상시킨다.
곡물이나 견과류에서 곰팡이, 변색, 오그라든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면 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옥수수, 쌀, 땅콩 등에 발생한 곰팡이는 아플로톡신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출이면 안전한 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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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멍이 들었거나 너무 익은 것, 또는 습한 환경에 오래 보관된 과일은 곰팡이가 쓸기 쉽다. 사과와 배, 체리, 복숭아 등은 페니실리움 익스팬덤이라는 푸른 곰팡이가 생긴다. 이 곰팡이는 활성산소를 만드는 파툴린이란 독소를 생성해 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DNA, 단백질 및 지방에 해를 끼치게 된다. 다량 섭취하면 신장, 간,소화관 및 면역체계 등을 손상시킨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의 경우 곰팡이가 생긴 부위가 작을 경우 칼로 잘라내고 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곰팡이는 뿌리 모양의 균사를 방출해 음식물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겉보기엔 곰팡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독소가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조직이 부드러운 과일일수록 균사가 더 쉽게 자랄 수 있다. 사과처럼 딱딱한 과일은 곰팡이가 아주 미미할 경우 넉넉하게 잘라내고 섭취하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다.
치즈
발효로 만들어지는 치즈는 곰팡이가 중요한 구성 요소다. 로크포르와 스틸턴과 같은 블루치즈는 페니실리움 로크포르티라는 곰팡이가 생산하는 화학 물질에서 독특하고 톡 쏘는 맛이 나온다. ‘브리’나 ‘카망베르’ 같은 치즈는 부드럽고 하얀 껍질을 형성하는 곰팡이로 인해 그들의 맛과 식감을 내게 된다.
반면, 치즈에도 독성을 품은 원치 않는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 흐릿하게, 또는 가루처럼 보이면서 특이한 색상을 띠기도 하는데 ‘녹갈색’ 또는 ‘붉은 곰팡이’는 때로 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 또한, 치즈에는 근육과 신경 기능을 손상시키는 진균 독소인 페니실리움 코뮌을 발생시키는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이런 경우가 드물고, 상한 유제품은 대개 강한 신맛과 악취 때문에 먹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리코타, 크림치즈, 코티지치즈와 같은 부드러운 치즈는 곰팡이가 생겼다고 생각되면 즉시 버려야 한다. 이 치즈들은 상대적으로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곰팡이가 쉽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체다 치즈, 파르메산 치즈, 스위스 치즈 등 단단한 치즈는 곰팡이가 핀 자리 주변으로부터 최소 3cm 정도 잘라내고 먹으면 된다. 이때 칼이 곰팡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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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고기
곰팡이는 식물성 식품과 유제품을 부패시키는 원인이라면 박테리아는 육류를 상하게 하는 주범이다. 고기는 끈적끈적한 질감, 녹색이나 갈색을 띠는 변색, 신맛이나 부패한 냄새 등으로 상했는지 판별할 수 있다.
일부 박테리아는 눈에 띄는 냄새나 모양, 질감의 변화 없이 상하기도 하기 때문에 판별이 어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상한 고기에서 나는 악취는 박테리아가 고기를 분해하면서 생성되는 카다베린과 퓨트레신 등의 화학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메스꺼움, 구토, 복부 경련과 두통, 홍조, 혈압 강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상한 고기는 특히 세균의 위험이 크다. 소고기의 흔한 오염 물질인 대장균은 시가 독소를 생성해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위험한 신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닭과 같은 가금류는 종종 캄필로박터 제주니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위장관 세포를 침범해 설사, 복부 경련 및 발열을 유발하는 독소를 만든다.
계란과 덜 익힌 닭고기에서 발견되는 살모넬라균은 설사, 메스꺼움, 복부 경련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식중독 유형이다. 소장과 대장의 내벽에 독소를 방출하여 광범위한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부적절하게 보관된 통조림 고기에서 발견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가장 강력한 생물학적 독소 중 하나인 보툴리눔을 생성해 소량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고기에 박테리아가 완전히 없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냉장고 등에 오래 보관하게 되면 박테리아가 더 많이 번식하게 된다.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고기가 타지 않는 온도인 섭씨 63도(통상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미디엄 레어에 해당)에서 74도(닭고기 등의 가금류 요리에 안정한 온도) 사이에서 죽지만, 가열에도 살아남는 박테리아 또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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