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군사력으로 200년 전 '먼로 독트린' 부활시킨 트럼프...약육강식의 시대로

다자주의, 동맹 중심, 민주주의-인권의 규범과 가치 근간으로 하는 국제질서 붕괴
[에프엠칼럼]군사력으로 200년 전 '먼로 독트린' 부활시킨 트럼프...약육강식의 시대로

미국 마약단속국 뉴욕지부에 수감되고 있는 마두로/백악관 엑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3일(현지시각) 무력으로 전격 축출하면서 2차대전 이후 구축된 세계질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동맹 중심,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규범과 가치를 근간으로 유지돼온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두로의 축출은 트럼프의 미국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국제규범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인접한 주권국가의 정상에 대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습 군사 작전으로 체포해 자국으로 압송한 것은 국제규범을 어긴 명백한 침략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냉전시대 러시아와 함께 동서 양진영을 이끌던 기축국가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날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함으로써 양 군사 강대국이 사실상 인접한 약소국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사건은 그만큼 미국과 적대 정책을 취하고 있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대만 등 전세계 분쟁지역 국가들을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

  

‘먼로주의’ 언급한 트럼프

 

트럼프는 이날 마두로 축출 직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먼로 독트린'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미국이 건설했는데 바이든 정부 때 사회주의 정권(바두로 정권)이 빼앗아 갔다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강탈 사건이었다고 했다. 이어,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적대적인 외세를 더 많이 끌어들이고 미국을 위협하는 무기들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원칙, 즉 '먼로 독트린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먼로 독트린’은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의회에 제출한 연두교서를 통해 밝힌 외교원칙으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은 상호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중남미 국가들은 유럽으로부터 독립을 얻게 됐지만 동시에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들어가게 됐다. 유럽의 식민지배권이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이후 먼로 독트린은 루스벨트 대통령 때 미국이 국제경찰로서 중남미 문제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돼 왔다. 트럼프가 먼로주의를 내세운 것은 우선,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에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다수의 중남미 국가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마두로가 이끄는 베네수엘라는 그 선봉에 있었다. 미국의 뒷마당에서 보라는 듯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이에 호응하는 중남미 국가들에게 '먼로 독트린'을 표방하는 이번 침공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이번 침공의 명분으로 마약 밀매를 내세우고 있지만 근저에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1월 기준 하루 92만 배럴의 수출 물량 중 80%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돈을 빌려주고 석유로 상환 받는 방식으로, 값싸고 안정적으로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이번 침공은 자신이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강력한 미국’을, 지지층을 비롯한 미국민에 각인시키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남미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인식한 먼로 독트린을 200년 만에 군사력으로 부활시켰다. 식민시대의 산물인 먼로 독트린의 부활은 2차 대전 후 지속돼 온 평화시대가 마침표를 찍고, 다시 힘이 지배하는 세계, 신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자유무역체제인 WTO(세계무역기구)에 기반한 세계경제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면 마두로 축출은 다자주의와 규범에 근거한 국제 군사-외교질서의 몰락을 의미한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그만큼 민감하다. 유럽과 러시아, 중국,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유엔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소집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다자주의를 거부하는 현실에서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아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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