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꽉 막힌 남북관계 '물꼬' 트나

트럼프 4월 중국 방문 앞두고 북한 주변 정세 역동적
무인기, 꽉 막힌 남북관계 '물꼬' 트나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북한이 새해 불쑥 발표한 ‘무인기 북한 침투’ 논란이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남북 양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호의적 반응을 주고받으면서 모처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반응이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직후이자 오는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둔 시기적 특수성과 맞물리면서 이전과는 다른 남북 간 반응이 주목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성명을 통해 “북한을 자극하거나 도발할 생각이 없다”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국방부 발표에 “현명한 선택이라 평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인기를 누가 북한에 보냈는지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한이 조사를 통해 무인기를 보낸 주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도 즉각 호응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보실 공지를 통해 “정부는 이번 무인기 사안에 대해 군경 합동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무인기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이미 지시한 만큼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인기 사건은 북한이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여온 대북전단 살포와 연결돼 있다. 남한 정부가 이번 사안에 단호하게 대처한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이재명정부의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크게 환영할 사안이다. 이는 경색된 남북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부부장은 우리 정부가 전날 북측에 제의한 공동 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다만, 거부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향후 조사 과정에서 공동조사 문제가 논의될 여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 만약 남북이 이를 계기로 접촉이 이뤄진다면 북한이 한반도 두 개 국가론을 주장하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통신선 등 모든 연락을 단절한 2023년 4월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어떤 형태든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남북이 모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주고받으면서 이번 무인기 사건이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와 온도차가 느껴지는 북한의 반응이 이 대통령의 방중 직후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의 중재와 건설적 역할을 공식 요청했다. 또 오는 4월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에 힘을 쏟고 있다.

 

중대한 국면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미관계발전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청한 이 대통령과 남한 정부와의 대화 재개가 전략적으로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은 트럼프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데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로 어느 때보다 존재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미 협상 과정에서 남한 정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4월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을 둘러싼 주변 정세가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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