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 집값은 8.71% 상승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8년 8.03%를 넘어서며 통계 집계 이후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집값이 폭등하면서 노무현-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을 떠올리며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공포 심리가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갭투자 원천 차단 등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의 주택 구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을 진정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에프엠뉴스는 수도권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 분석을 통해 향후 수도권 집값의 향배를 전망했습니다.
'폭등 경험한 선진국 보면 서울 집값의 미래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14일부터 5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①부동산 불패 신화와 영끌투자 ②'주거'에서 '희소 자산'으로 둔갑한 서울 집값의 역설 ③미국-일본에서 1인 가구 급증하더니 부동산 시장에 생긴 일 ④ 거품 붕괴...어떤 나라는 무너지고 어떤 나라는 살아남았나 ⑤ 선진국 사례가 시사하는 부동산 정책 [편집자 주]
한국의 부동산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라 할만큼 강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여기엔 단순히 경기 요인이나 공급 부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인이 있다. 수도권 집중과 구조적인 저금리 환경, 인구구조 변화, 정책의 반복적 개입, 공급 제약, 그리고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등이 서로 맞물려 작동한 결과다. 즉, 부채·가격·인구구조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구조적 현상이다.
집값 급등을 떠받친 첫 번째 축은 가계부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에 이른다. 미국(70%대), 일본(65% 안팎)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한국의 가계부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값 상승 떠받친 가계부채, 규모보다 질이 더 문제
가계 부채의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와 사용처는 더 큰 문제다. 2015년 이후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유동성은 급격히 늘었고,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부동산에 집중됐다. 금융자산이나 연금으로 분산되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와 다른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은 더 이상 주거 수단에 머물지 않고, 재테크의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됐다.
이 시기 형성된 ‘부동산 불패’ 인식은 부동산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했고, 결국 대출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영끌’투자(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로 이어졌다. 세대의 흐름도 겹쳤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자산 재배치가 진행되면서 주택은 여전히 가장 큰 자산이자 담보가치의 중심이 됐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된 것이다. 이어 코로나19 이후에는 집값 폭등을 경험한 30~40대가 부동산 시장에 본격 진입하며, 빚을 내 집을 사는 주체가 다음 세대로 이동했다. 이들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말을 믿었다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됐다'는 피해 의식을 무장된 세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부채의 규모보다 ‘질적 위험’이다. 단순히 빚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계가 소득으로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약 11.4%에 달한다. 이는 미국(8.0%)이나 일본(7.7%)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즉, 한국 가계는 소득의 10% 이상을 오로지 빚을 갚는 데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적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이 같은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은 부동산 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도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수년간의 경기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취약 차주의 급격한 부실화를 막기 위해 각종 상환 부담 완화 장치가 작동했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주택정책금융과 시장 안정책은 단기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로 기능했다. 그 결과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도 가격 하락을 방어하면서 부동산 불패 인식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자료사진
한마디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은 공급, 특히 '좋은 입지의 공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금리–부채 확대–자산 쏠림–정책 완충이 결합해 만들어낸 장기적 흐름이다.
소득 증가를 크게 앞지른 집값 상승
집값 흐름을 지표로 나타낸 주택가격지표는 이러한 과열의 정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OECD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Price-to-Income Ratio)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을 100으로 할 때 2024~2025년에 140을 웃도는 수준에 도달했다. 즉 연간 수입이 1억인 사람이 2015년 10억짜리 주택을 보유했다면 10년 후인 2024년엔 14억원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집값 상승이 소득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는 뜻이다. 한국의 지수 140은 2007년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미국·영국·스페인·아일랜드가 고점에서 기록했던 130~150 구간과 같은 수준이다.
다만 한국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이 인구구조 변화의 초입과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14년 12~15% 수준에서 2024년 27.5%로, 불과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 속도는 과거 부동산 버블을 경험한 선진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빠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직전이던 1980~1990년 사이 노년부양비가 10%대 중반에서 18% 내외였고, 미국은 주택·금융 위기를 맞기 전인 1998~2008년 동안 15%대에서 19% 수준이었다. 스페인 역시 붕괴 국면에 진입하던 2000~2010년에 17~24% 범위에 머물렀다.
즉 한국은 부채 확대와 가격 급등이 인구구조 악화의 초입과 동시에 진행된 매우 드문 사례다.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향후 시장의 회복력과 방향성을 제약할 구조적 부담이 함께 누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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