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어금니에 뚫린 구멍, '치과 치료' 흔적이었다

6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어금니에 뚫린 구멍, '치과 치료' 흔적이었다

약 59,000년 된 네안데르탈인 이금니는 러시아 샤기르스카야 동굴에서 발견됐다/PLOS One

약 6만 년 전 시베리아에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 썩은 이를 치료하기 위해 치아에 구멍을 뚫은 흔적이 발견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치과 치료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지난 2016년 성인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래쪽 어금니가 발굴됐는데 표면에 깊은 구멍이 있었다.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이 구멍은 심하게 썩은 치아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작은 석기 드릴로 뜷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의 저명한 과학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이 복잡한 시술은 약 40만년~4만 년 전에 살았던,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 네안데르탈 인이 고통스러운 충치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인지능력과 어려운 시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교한 운동 능력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공동저자인 존 W. 올슨 애리조나 대학교 인류학 명예교수는 "이처럼 침습적인 치료가 시행되었음에도 환자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의 생물학과 치료 시기 등에 대해 매우 정교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는 좋은 사례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고 했다.

 

네안데르탈인 어금니가 발견된 러시아 차기르스카야 동굴은 러시아 시베리아 남서부에 위치해 있다/PLOS One


이탈리아 자유 지중해 대학교 그레고리오 옥실리 해부학 부교수는 자가 치료였는지 아니면 타인이 시행한 치과 치료였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침습적인 의학과 수술의 기원이 호모 사피엔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치과 치료를 했다는 가장 오래된 흔적은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약 1만 4천년전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유적에서 발견됐다. 이번 발견으로 의도적인 치과 치료가 시작된 시기가 약 4만 5천 년 앞당겨지게 됐다.

 

이번 치과 치료 외에도 네안데르탈인이 의료 행위를 한 유적은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져 있다. 일례로, 스페인의 여러 유적지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다운증후군 아동을 돌보고 약용식물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은 전반적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낮아 충치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치과 치료에 대한 증거가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5만 9천여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에서 충치가 있었는지, 또한 치아에서 발견된 구멍이 인위적으로 뚫은 것인지 등을 규명한 작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를 정밀 분석한 뒤 현대인의 치아 3개를 실험에 이용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어금니를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심각한 충치였음을 보여주는 두 군데의 심한 탈광화 부위가 발견됐다. 충치 부위 중 한 곳은 치아가 잇몸과 만나는 부분에 있었는데, 연구진은 이곳에서 이쑤시개 사용의 특징인 직선형 홈을 확인했다.

 

다른 썩은 부위는 치아 표면에 있는 길이 4.2mm, 너비 2.8mm, 깊이 2.6mm, 너비 2.11mm, 깊이 2.10mm 크기의 구멍과 겹쳐져 있었다. 이 구멍의 윗부분 가장자리를 따라 미세한 자국들이 있었다.

 

네안데르탈인 치아는 2016년 러시아 차기르스카야 동굴에서 발견됐다/PLOS One


연구팀은 현대인의 치아 세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같은 흔적을 재현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동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러한 홈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벽옥으로 만든 작은 석기를 비틀어 만드는 동작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차기르스카야 동굴에서는 이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 가늘며 뾰족한 끝을 가진 석기들이 여러 점 발견된 바 있다.

 

올슨 교수는 "구멍 주변의 홈 위에 씹은 자국이 겹쳐 보이는 것은 이 개체가 수술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안 생존하면서 정상적인 씹기 활동으로 인해 원래 드릴링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그 구멍이 돌로 만든 치과용 드릴로 뚫린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매우 국소적인 흔적 때문에 다른 가능한 설명, 예를 들어 그 구멍이 사후에 생긴 손상이라는 설명보다 돌로 만든 치과용 드릴로 뚫린 것이라는 결론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사례는 그들이 흔치 않은 병리에 대해 매우 정밀하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고고학자이자 ‘네안데르탈인의 삶, 사랑, 죽음 그리고 예술’(2020년 블룸즈베리 시그마 출판사)의 저자인 레베카 래그 사이크스는 이러한 행위가 자가 치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이크스는 "썩은 이를 파내는 데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다른 영장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들이 집단의 도움 없이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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