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투키디데스’ 언급한 시진핑과 기로에선 국제질서

[에프엠칼럼] ‘투키디데스’ 언급한 시진핑과 기로에선 국제질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14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8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세계 양대산맥인 두 정상의 회담은 이란전쟁, 관세-무역질서, 타이완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이 트럼프와 악수하는 손의 위치를 두고도 중국의 높아진 위상과 연결해 해석할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지난 14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이 언급한 '투키디데스 트랩'이다. 투키디데스 트랩은 국제정치학의 교과서에 나오는 고전적 예화로서, 떠오르는 신흥국과 기존 패권국간의 경쟁과 패권경쟁 양상을 예측할 때 자주 인용된다.


핵심은 패권국 간 경쟁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고대 사학자 투키디데스가 BC431년에 일어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다룬 개념이다. 당시 스파르타가 패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아테네가 세력을 키우게 된다.


신흥강대국 아테네와 기존 패권국 스파르타가 처절하게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결국 아테네가 스파르타를 제압하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다.


트럼프로선 결코 반갑지 않은 이 이야기를 트럼프 면전에서 시진핑이 작심하고 한 데는 다분히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 투키디데서 트랩은 중국의 세력이 강화되면서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미국 조야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 정부를 향해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잠재적 위협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투키디데스 언급은 중국을 견제하자는 취지였지만, 시 주석이 언급한 투키디데스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트랩을 뚸어넘어 양 대국 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미가 담겼다. 미국 일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미국과 중국을 양 축으로 해 새롭게 짜자는 말이다.


또한, 이 언급에는 중국이 사활적 이익이라고 강조하는 타이완 문제가 깔려있다. 중국이 말하는 양안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이기도 하다.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 간 ‘분쟁’이 초래되고, 더 나아 군사적 충돌까지 일어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이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라고 우아하게 표현했을 때, 그것은 조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우리가 입은 엄청난 피해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 점에서 시 주석이 100% 옳았다. 2년 전만 해도 우리는 실제로 쇠퇴하는 국가였다"고 적었다.


트럼프의 언급은 비공개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것으로, 이 말의 근저에는 미국이 더 강해져 중국의 패권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시카고대 미어샤이머 교수는 지난 2017년 출간한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미국은 미국과 맞먹을 수 있는 도전자의 존재를 결코 용인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다극화를 용납하기보다 미국 우위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고 예측한 바 있다. 트럼프의 언급은 이런 미국 입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시 주석의 투키디데스 언급은, 중국은 신흥강대국이 아닌 명실상부한 패권국의 지위로 올라섰고, 대만 문제 발생 시 무력 사용 불사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란전쟁이 마무리 되면, 다시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한미군의 유연성 문제와 맞물려, 우리도 대만의 분쟁 가능성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2차대전 이후 수십년간 지속돼온 세계 질서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십년간 지속 해 온 원칙과 기조를 한 순간에 뒤집는 트럼프행정부의 외교는 국제사회의 냉엄만 현실이고, 결국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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