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칼럼] '적대적 두 국가론'과 내고향축구단 방문이 시사하는 것](/upload/articles/7115/title-image-6a151d763c53c.jpg)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2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CWL) 결승에서 일본 도쿄 베르벨레자 팀을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24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CWL)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남한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 대회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 혼합복식 경기에 참가한 이후, 약 7년 반 만이다. 축구종목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후 12년만이고 여자 축구클럽팀의 방한은 처음이어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이번 방한은 북한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처음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간절히 원하던 남북 접촉이 제한적이나마 이뤄졌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통일부는 어떤 형태로든 이 계기를 살려보고자 응원 비용 등의 명목으로 진보 성향 대북단체에 3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단의 방문 기간에 선수단과 북한 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달라진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계기가 됐다.
여자축구단의 방한이 갖는 의미
북한은 전통적으로 여성 축구 강국이다. 월드컵 출전은 4회 밖에 되지 않지만 FIFA 랭킹 11위로 상위권이다. 지난해 모로코에서 열린 U-17 여자 월드컵에서는 통산 네 번째 이자, 최다 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북한에 있어 여자 축구는 단지 운동경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체제 성과를 과시하고 인민의 자존감을 한껏 높이는 소재다. 김정은은 ‘체육 강국 건설’을 강조해왔다. 2012년 당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해 엘리트 선수 양성을 주도했고, 국제대회 참가를 통해 체제 선전 대내 결속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탈북자 출신으로 청소년 대표선수를 지냈던 한 탈북여성은 “결과가 좋으면 평양에 거주 또는 단기 체류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등 신분 상승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고 증언할 만큼 여자 축구에 대한 당과 주민들의 기대는 뜨겁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북한의 국제대회 참가는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의도가 반영돼있다.
축구대회 열릴 때 국경강화 지시한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표방안 북한은 이번 대회 참가를 놓고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달리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야 하는 진퇴양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리유일 북한 감독이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한 발언이나, 공항 통과 시 요구하지도 않은 여권을 의도적으로 보이면서 입국한 것은 북한의 고뇌를 반영한다.
우승 후 '북측여자 축구가 수준이 높다'는 긍정 평가에 오히려 반발해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간 행동 은 남과 북이 별개 국가임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상징처럼 보였다. 매일 일과 후, 수행원 자격으로 따라온 국가보위성(국가정보국으로 개칭) 요원들이 이른바 ‘생활총화’를 주도하면서, 선수단의 남한 문화 접촉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 것도 그 일환이다.
북한의 이런 의도는 선수단이 방한한 5월 17일 군사적 행보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군 사-여단장 회의를 열었고, 김정은은 남부국경 최전선 부대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번 방한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남북화해 기대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체육대항전 참가는 국제대회 일환일 뿐이며 남북관계의 본질은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것이다.
남북대화 정상화로 이어지는 교량이 될까?
당국간 접촉이 봉쇄된 상황에서 모처럼 남북 스포츠 교류가 성사됐지만 이번 행사가 남북관계 전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냉랭한 북한의 대남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않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구조적 조건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 교류 하나 만으로 실질적인 외교 관계 변화나 협력국면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의 국경선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북핵 고도화와 미중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중동 문제 등 복잡한 대외 정세들이 제약 요인으로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스포츠 교류 역시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 또한 통일부 장관의 준결승 관람 보류에서 알 수 있듯, 순수한 스포츠 이벤트로 관리하려는 신중함을 읽을 수 있다. 이는 6.3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와 맞물려 이념 대결로 비화할 경우 향후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성사된 남북 스포츠 교류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거나 과거처럼 남북 공동팀 구성, 대규모 체육교류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않다.
다만 이번 사례는 북한이 향후 스포츠 행사 등에서 남한에 대한 대응이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표방하며 변화된 남북 관계에 걸맞는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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