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엠 사설] 계엄심판과 거여 견제, 6.3에 담긴 시대정신](/upload/articles/7174/title-image-6a219097d780f.jpg)
6.3선거 결과는 우리 국민이 얼마나 현명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투표로 수렴된 수천만명의 집단지성은 현 시점에서 우리 정치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놀라울 만큼 현명하게 제시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 사회에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먼저, 불법계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에서 민주당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불법계엄의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을 단죄했다.
그런 와중에도 계엄과 윤어게인에 반대했던 인물들은 살아남았다. 게엄에 반대하고, 일찌감치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불법계엄을 거부하며 윤어게인 세력들의 낙선 표적이 된 한동훈 전 대표도 보란듯이 부산 북구갑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반면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비롯해 불법계엄과 윤어게인 세력에 명확히 선을 긋지 않은 후보들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절윤(윤전 대통령과 인연을 끊다)에 소극적인 장동혁 대표가 지원 유세에 참여한 충청지역 등의 후보들은 전멸했다.
동시에 이번 선거는 민주당 독주를 우려한 견제심리도 명확히 작동했다. 오세훈 한동훈 후보의 당선은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두 사람은 불법계엄과 윤어게인에 반대했다는 점 외에도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람으로 불리는 후보를 상대해 이겼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SNS에서 이름을 거론하며 일약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과 싸워 승리했고, 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유난히 신뢰한 참모 출신의 하정우 전 청와대 AI기획수석을 상대해 승리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공통점도 갖는다.
이 대통령에게 60%가 넘는 지지를 보내면서도 대통령의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앞장서 대통령을 견제하게 될 야권의 잠룡을 선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그럼에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엔 불법계엄 이후 무기력해진 보수 야당을 재건할 수 있도록 불씨 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서울과 영남에서 민주당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배경엔 공소취소특검법과 스타벅스 불매운동 등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검찰의 표적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 해도, 국회의 사법권 침해는 거대 여당의 독주이며 권력 남용이란 인식이 작용했다고 본다. 또한 스타벅스의 ‘5.18탱크데이’ 판촉행사도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국가권력이 민간기업을 상대로 직접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 권력의 독선과 남용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그만큼 엄격하다는 의미다.
동서고금 어디에도 선한 권력은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타락하게 돼 있다. 그래서 영국의 역사학자 존 액튼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한때 경북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장 석권을 기대했던 여권으로선 이번 선거결과가 불만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까지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 성공한 정부로 남고자 한다면 이번 선거 결과는 오히려 약이될 수 있다.
투표는 수천만명이 참석하는 집단적 의사 표시다. 그럼에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역대 선거결과는 마치 한 사람의 현자가 내린 '현명한' 판단처럼, 놀라울 정도로 그 시대 시대에 가장 적확한 해답을 제시해 왔다.
짧은 역사의 한국 민주주의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수백년된 선진국 못지 않을 만큼 성숙해진 데는 투표를 통해 시대정신을 제대로 표출할 수 있는 성숙한 민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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