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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시장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3구와 용산 등의 집값 하락이 먼저 시작된 것이다.
이들 지역은 가격이 오를 때는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오르고 하락할 땐 가장 늦게, 가장 적게 떨어지는 곳이다. 그런데도 올해는 서울의 다른 지역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지난달부터 하락 반전해 낙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강남의 집값하락은 오는 5월 시작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과거에도 두 차례 양도세 중과세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지난 2018년과 2020년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양도세 중과세 제도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매물이 잠기면서 집값이 급등했고, 정부는 여론에 밀려 시행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강남권은 역설적이게도 ‘똑똑한 한 채’ 바람이 불며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이처럼 달라진 시장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저변이 변했다고 분석한다. 집값이 지나치게 상승한 데다 초고령화가 맞물려 잠재했던 가격 하락 압력이 정부의 부동산 조치를 계기로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전세가율은 집값의 거품을 판단하는 지표중 하나다. 지난달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37.6%, 송파 39.1% 등으로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10년전인 2015년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60~70%였다. 전세가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실수요에 비해 집값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고령화 진입도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은퇴한 65세 이상 초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좀 더 여유 있는 노년을 위해 고가 주택을 처분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은 소득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높은 보유세를 부담하며 굳이 비싼 아파트에 살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다고 한다. 특히 보유세 상승은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강남 압구정동에 사무실을 둔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 중에는 다주택자들도 많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집을 줄여 자녀 결혼자금 마련이나 좀 더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또한 보유세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한 부담도 큰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1.21%다.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인데 우리나라는 지난 2024년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공식 진입했다.
5월 10일 다주택자중과세 시행을 앞두고 강남권에서 특히 매물이 급증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의 매도와 함께 이번이 좋은 조건에 집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거주 중인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 이들 초고령 은퇴자의 영향도 크다.
여기에 그동안 부동산투자 목적의 주요 매수 주체가 됐던 외국인이 매도세에 가담한 것도 집값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실제 입주하지 않는 한 주택 구입을 할 수 없게 되고, 실거주하지 않는 한 장기보유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도 폐지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고 한다.
다주택자, 초고령자, 외국인의 매물이 강남권 집값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5월 9일 이후 집값 급등한다?
5월10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다주택자가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매도를 포기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잠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고 65%, 3주택 이상은 지방세까지 포함해 최고 82.5%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다주택자양도세중과 제도가 처음 입법된 2018년과 2~3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최대 30%포인트까지 상향한 2020년에 매물 잠김이 현실화돼 가격이 급등한 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에 버티지 못해 결국 시행 시기를 반복 연기한 끝에 오는 5월9일 만료일이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시장에선 이번에도 집값이 폭등해 정부가 버티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강남권 집값 하락은 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또한 과거 학습효과를 교훈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투기성 부동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세제개편안을 마련 중이고, 지방선거 직후인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고가주택은 1주택자라도 비거주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고가주택을 담보로 은행융자를 받은 경우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매도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을 정해 매도하지 않을 경우 세제 등 각종 혜택을 폐지하고, 임대수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흡수하는 식으로 매도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임대사업자에 대해 세제혜택 축소, 매입임대제도 폐지 검토, 대출규제 강화 등의 대책을 잇따라 거론한 바 있다.
따라서 5월 이후 다주택자의 매물이 잠기더라도 고가 1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매물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강남권에서 하락세로 전환하고, 매물이 증가하면서 매수자는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 시장은 매수를 망설이면서 가격하락 압박은 더욱 커진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7월 정부의 세제개편이 가시화되면 임대사업자 매물과 고가 1주택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고, 세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이를 회피하는 물량이 올 연말에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은 가격이 누적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영웅이 탄생하면 그 시장은 버블징후가 있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상품도 과도하게 주목 받는다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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